이번 해에 아이를 학교에 보낸 모람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처음 얼마간 엄마가 학교에 데려가고 또 빨리 돌아오는 아이를 기다려 집을 지켜야 해서 모임에 나오지 못하거나 빨리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혼자 학교에 가기도 하고 돌아오는 시간도 늦추어져 오랜만에 느긋하게 모임도 마치고 점심까지 함께 했습니다. 자기마음대로 놀던 때를 지나 이제 현실을 보게 되는 시작을 아이와 함께 엄마도 하게 됩니다. 아이들도 지켜야 할 규칙과 질서를 익혀가지만 엄마들도 자기 아이만 보는 데서 다른 아이들 틈에 있는 자기 아이를 봅니다. 내 아이가 공주도 왕자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자기 아이를 봅니다. 놀이 시기에 아이에게 환상이 용납되었다면 이제는 현실을 보는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훈련이 비롯됩니다.
그래서 학교생활의 출발은 아주 심각하게 중요한 것입니다. 시작은 그래서 늘 우리를 긴장하게 합니다. 12년째 학교생활을 하는 고3 수진이도 마지막 학년을 시작하면서 이번에도 긴장하고 불안해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고은정님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주원이가 변소에 가서 남몰래 울었다는 것도 알아줄 수 있습니다. 학교 놀이를 하는 채륜이도 그렇게 익히고 있는 겁니다.
학교에 가서 힘들이지 말고 잘 적응하라고 엄마들이 아이들을 준비시킵니다. 글을 익히게 하고, 숫자를 알게 하고, 영어 유치원엘 미리 보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수월하게 시작할 것을 기대합니다. 놀이시기를 깎아내서 학령기를 준비합니다. 그 결과는 놀이시기에 길려져야 할 상상력을 기를 기회를 잃게 합니다. 그리고 학령기에 스스로 익혀야 할 긴장감과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학교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보다 유치원의 연장쯤으로 여기게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글은 어차피 언젠가 읽게 되고 쓰게 됩니다. 수의 개념도 알게 됩니다. 사회나 과학도 익히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익혀야 할 사람관계는 놀이시기를 거쳐 동무들과 선생님과 사이에서 적극으로 익히지 않으면 평생을 따돌림 당하거나, 다른 사람을 따돌리면서 살게 되고, 아니면 다른 사람의 따돌림 현상을 방관하며 살게 됩니다. 부부가 서로 따돌리며 사는 것을 자녀들이 보며 자라지 않았던가요?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않아 아이로 오들오들 떨며 외롭게 자라지 않았던가요? 형제 자매들이 서로 뿔뿔이 자라오지 않았던가요? 서른이 넘도록 마음을 알아주는 이 하나도 없었다는 니들을 봅니다.
교실 안팎에서 아이들이 서로 느낌을 알아주며 자랄 기회를 어른들이 만들어줘야 합니다. 형제 사이의 우애도 어버이가 보살펴 길러주어야 하듯이 자기 아이만을 생각하지 말고 아이의 동무의 마음도 보살피는 엄마가 아이의 그런 마음을 길러주는 겁니다. 요즘 자기만 아는 엄마가 자기 아이도 자기중심의 아이로 기릅니다. 그렇게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모인 학교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려 하지 않으면 서로 마음을 아프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엄마들도 자기 아이의 처지만을 대변해주기 시작하면 다른 엄마도 방어만 하게 됩니다. 그러고 서로 마음을 긁어대고 상채기 냅니다.
우리 먼저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함께 알아줍시다. 그리고 다른 엄마들과도 먼저 알아주는 엄마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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