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어머니를 통해 나와 우리를 생각해보다(최수연)
프로젝트

2022.3. 소식지(246호)

<정신건강 연구소>

2022년 1월 7일 어머니연구 모임 후기 

 

어머니를 통해 나와 우리를 생각해보다

최수연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니 할 말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낳아주신 어머니는 18개월쯤에 돌아가셨고, 취학 후엔 자취를 해서 새어머니와 함께한 날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새어머니의 웃음과 눈물이 떠오르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소소한 교류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뭘 바라지 않았고 미움, 원망, 애착도 별로 없었다. 

 

고민하다 나도 엄마이니 나의 어머니에 관해 쓰는 대신 나와 딸의 관계를 쓰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딸에게 “엄마 생각하면 뭐가 떠올라?”하고 물었더니 “귀찮은, 고마운, 입장이 변덕스러운, 재밌고 웃기는, 늘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등의 말이 떠오른다고 한다. 의미를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고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말 시키는 건 귀찮고, 엄마 같고 선생 같다가 동생 같고 딸 같아서 입장이 변덕스럽단다. 그리고 함께 고추 다듬다가 갑자기 일어나 춤출 때, 단어를 이상하게 말해도 가족이라 그런지 척하면 착,이랄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때 재미있고 웃기다고 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섞여 공부하고, 갈등을 피하지 않는 걸 보면서 늘 변하려고 노력하는 엄마라 생각했다는데, 나는 그 말이 마음에 왈칵 와 닿았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니 나는 직업인으로서 바깥일을 우선시하고 집안에서 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엄마였다. 마음을 알아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에 소홀했음을 딸과 얘기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삼대에 걸친 네 명의 여성(어머니 · 새어머니 · 나 · 딸)은 서로 마음을 살피기보다 밖을 기준 삼아 분주한 일상을 보낸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그래도 변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 내 문제를 파악하는 데까지 올 수 있었다. 그간 혼자서 인간관계를 어찌해보려고 낑낑대는 방식에서 벗어나 함께 풀어야 한다는 것을 체험했다.

 

딸의 말대로 내게 귀찮고 변덕스러운, 아이 같은 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나니 나의 그런 특징 때문에 딸이 겪었을 마음앓이도 비로소 알아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좀 과하고 이상한 면을 잘 들여다보면서 계속 성장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변하도록 도와줬고 앞으로의 변화를 함께해줄 알트루사가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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