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부모 되었나?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3강
프로젝트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는 유명인(?)이 떠들썩하게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아직 내막이 다 들어나지 않아 자초지종 다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와 같은 병을 가진 딸을 돌보아야 하는 아버지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딸의 친구를 끔찍하게 죽게 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부모가 딸을 보살피고 기른다는 것은 딸의 복지를 지켜주는 것이고, 그것은 딸의 사회성을 건강하게 길러주는 것도 포함합니다. 딸 뿐 아니라 딸의 친구들도 보살피고 지켜주는 입장을 지켜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는 딸을 시켜 친구를 부르게 하고, 그것도  얼마 전 자살한 것으로 되어 있는 아내를 대신할 사람으로 “아내가 예뻐한 딸의 친구”를 불러 수면제를 먹이고, 자신과 친구를 남겨두도록 딸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합니다. 그는 딸에게 정상의 아버지의 역할을 하지 않았고, 어린 딸을 아버지의 뚜쟁이 역할을 하게 한 겁니다. 또 딸은 친구에게 참 친구가 될 수 없게 됩니다. 부녀 관계도 엉망이 되듯이, 딸의 친구 관계도 엉망이 됩니다.

 


에릭슨은 어른이 되어 다음 세대를 책임있게 양육하지 않으면 아무리 자녀를 두었더라도 후손을 두는데 실패한 ‘정체’(Stagnation) 상태로 보았습니다. 아무리 딸, 아들을 여럿 낳았어도 다음 세대를 제대로 든든히 세우고 잘 이끌어주지 못한다면 ‘어른’ (성인)이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이유에서든지 자기 자녀가 없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이타적 (altruistic) 관심과 자기다운 기여를 한다면 부모의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애주기 가운데 성숙한 어른이 되는데 실패하여 그 자리에 정체된 부모가 어디 앞에 말한 어금니 아빠만일까요? 유난스레 아이들에 집착하여 옴짝달싹할 수 없게 하는 부모, 반대로 아이들에 적절한 관심을 아예 두지 못하는 부모가 여기저기 보입니다. 아이들이 한껏 숨쉬며, 주변을 둘러보며, 저마다 다른 이웃들과 사귀며 소통하며 세상사는 방식을 익힐 기회를 이런 부모가 지레 막아버립니다. 그런가 하면 아무런 길잡이가 되어주지 않아 방향을 잃고 인생광야에 홀로 서있는 것같이 만듭니다.


아이는 간신히 다른 아이들 눈치를 보면서 주어진 학교교육을 따라가기는 합니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 선택하는 관계의 입장에 서면 당황합니다. 부모의 요구대로 살 수도 없고, 방향감각 없이 살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연애를 했다는데도 왜 그 사람을 택했는지 선명하지 않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나, 서로 알아주는 것, 또 서로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싶어하는 열정과 성의도 생기지 않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사랑하는 단계 이전에도 자신의 삶을 어떻게 펼치고 싶고, 누구와 함께 살고 싶은지 분명해질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어떤 부모가 되는지 하는 것이 자녀들의 삶에 지극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로 의식주를 마련해주고, 학교에 보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함께 사는 삶에 대한 태도를 건강하게 갖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인데도 ‘자기만’ 생각하는 ‘외딴 섬’ 같은 태도를 길러주는 우리네 어른들이 많습니다. 어른들 자신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도 합니다. 부부가 서로 따로따로입니다. 각자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서로에게 자기 생각대로 요구합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니 서로 잘 듣고, 이해하며 협력하며 살아 낼 수 없습니다. ‘평화’가 없습니다. ‘전쟁’만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춥니까? 힘이 더 있는 쪽에 붙기도 하고, 힘이 약한 쪽을 동정하기도 합니다. 온전한 관계를 맺기보다 필요에 따라 부모를 도구 삼습니다. 돈을 타내기도 하고, 밥을 얻어먹기도 합니다. 가정 바깥에서 아이들은 친구와 우정을 키우기보다 손해보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사귑니다.”  필요에 따라 사귀는 척하다가 버려도 된다고 여깁니다. 부모가 서로 믿지 않았으니,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신뢰를 익힐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부모는 아예 없는 거나 같습니다. 애초부터 고아인 셈입니다. 제대로 자라지 못해 어른이 되지 못한 부모는 아이들을 고아의 처지에서 평생 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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