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아이는 속으로 부러우면서도 은근히 미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는 엄(마)친(구)아(이)입니다. 공부를 잘 하면 어른이 되어 성공하고 잘 살 수 있게 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역경 속에서도 열심히 일해서 의식주 해결하며 사는 사람을 착실하다 하고,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잘 사는 사람이라 여깁니다. ‘먹고사는 것’을 해결해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아이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취직하면 문제없이 자란 것이라 여겨 어른들은 다행이라 여겨 안심합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그것만으로 효도했다고 인정받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네 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 현장으로 아이를 몰아갑니다. 고3 학생들보다도 더 많이 사교육기관을 전전한답니다. 정규학교 교육보다 오히려 사교육기관에 더 의존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놀이시기에 장난감의 도구기능을 완숙하게 익히며 노는 것뿐 아니라 생각하고, 실험하고, 기획하며, 공유하는 내면의 보이지 않는 능력도 영글게 되어야 합니다. 학교교육을 받는 때에도 장난감대신 교육 내용을 될수록 완벽하게 학습 (master) 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내용을 두고 자기답게 깊이 생각할 수 있고, 새롭게 실험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새날을 향해 계획하고, 친구들이나 가족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능력으로 완성되는 종류의 학습이 필요합니다. 주어진 학습 자료를 그대로 익히고 기억한 것을 답안지에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내용을 두고 질문하고 고민하고 자기대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학습은 어느 정도는 혼자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질문과 풀이의 과정을 머릿속에서 스스로 해결을 보게 하는 자기만의 여유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자기가 뭔가 풀어내고 잘 해내는 영역이 필요합니다. 궁리하면서 새로운 상황으로 적용도 해보고 실험해 보기도 합니다. 레씨피 대로 따라 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변형해 보아 새 맛을 내 보는 요리사도 되어 봅니다. 60년 전 화학을 공부하며 주기율표를 곡조에 맞추어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역사자료도 마음으로는 그 속에 들어가 참여해볼 수도 있습니다. 자기가 마음으로 대원군이 되거나 민비가 되어 달리 역사를 변조해볼 수 있는 겁니다. 역사자료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역사에서 살아있는 삶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만날 싸우는 부모님들이 왜 이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지 해답을 찾기도 합니다. 자기의 커리어도 마음껏 창안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져있는 일자리에서 월급 받는 일에만 목표를 두지 않습니다. 그런 곳에서도 자기 식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러면서 잘 사는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훈련을 합니다. 아이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심부름을 잘 해내고 나서 “잘 했다. 고맙다” 이야기 들으면 기뻐하는 마음도 이런 것입니다. 어른으로 ‘일하는 사람’이 느낄 것의 흔적을 아이가 느끼는 것입니다. “너는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게 잘 하니!” 하는 칭찬을 들으면서 어른이 되어 잘 할 것의 맛을 흐릿하게나마 미리 맛봅니다.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어 자기 아이에게 해줄 것의 연습이 되는 ‘일하는 느낌’ (sense of industry)을 가집니다. 엄마가 하는 것을 열심히 관찰하고 은유나 동화가 행주로 밥상을 열심히 닦습니다. 어린 고은하는 농사하는 아버지를 열심히 돕기도 합니다. 어른만큼 하루 종일 일할 수는 없어도 집중하고 부지런하게 합니다. 

아주 특별한 입지전적인 인물들은 이 시기에 이미 껑충 뛰어넘어 어른의 역할을 해내고 온 집안을 먹여 살리기도 합니다. 정주영씨나 유선희 어머니는 그런 분들 가운데 한분이셨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보통의 아이였고 또 보통의 아이들을 기르고 있습니다. 학교성적만 올리려 하지 말고, 더 많이 생각할 기회를 누리고, 더 많이 실험하고, 더 많이 계획하고, 더 많이 공유하는 경험을 우리도 하고, 또 우리 아이들에게 할 수 있게 해야 하겠습니다. 사교육 대신 부모가 아이의 마음이 부지런하게 움직이도록 자극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