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기와 스스로 익히기 (II)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3강
프로젝트

유선희님이 3월 17일 오후에 자기를 꼭 빼닮은 아가를 낳았습니다. 장래 알트루사 모람이 한 사람 더 늘었습니다. 한문순 이모와 한지연 이모와 함께 아기와 산모를 보러 갔습니다. 화려한 장미 한 다발과 아가를 기다리며 짠 분홍색 조끼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순간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혹 선희 아가인가!” 잠깐 생각을 스쳤지만 “설마” 우리의 참을성 많은 선희님의 아가일 리 없다고 생각을 고쳐먹은 건 잠시였고 우리가 찾아간 방에서 울려나오고 있었습니다. 도와주시는 분이 아가의 기저귀를 갈았는데, 그리고 강보에 싸서 안았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아가는 계속 울었습니다.

우리가 아가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어하니까 아기를 남겨두고 나가셨습니다. 엄마가 젖을 물려보려 했지만 아가는 빨지 않고 울어댑니다. 바깥에서 금방 들어가 손이 너무 차서 어찌해볼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지연 이모가 손을 씻고 안아봅니다. 아이 셋 기른 이모도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어른들이 원하는 잠잠한 아기로 전환할 의도가 아이에게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도움을 청해 아이를 그 방에서 데려갔습니다. 이렇게 어른들이 아가의 울음의 원인을 모른 채 우리의 첫 만남이 막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또 만남의 기회가 많을 것을 기약하면서..

엄마가 물려주는 젖을 빨며 울음을 그치면 엄마의 의도를 따르는 아가입니다. 그러나 아가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을 엄마가 몰라줘도 계속 주장한 겁니다. 교육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풍경입니다. 교사의 기준으로 가르치려는 것이 있어서 따라하기만 하는 아이들을 우리는 늘 보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알기 원하는 것을 찾아 알아가는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도록 돕는 교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놀이시기에서 학령기에 바로 들어선 아이들이 계속 놀기만 하고 싶어할 거라는 걱정을 어른들은 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한 대로 인생살이에 필요한 지식이 있다고 여기는데 아이들이 도통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그래서 훌륭한 교사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알고 싶어하는 욕구를 제대로 알고 배워야 할 것을 적절하게 제공하는 겁니다. 요즘 같으면 선거와 민주주의, 그리고 복지 같은 이슈가 분주히 떠돕니다. 민주주의 역사와 정치 제도를 아이들에게 주입한다고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고개를 돌릴 겁니다. 아이들이 동무들과 잘 놀고 싶은 과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교사, 반장이 할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를 잘 쓸 줄 아는 교사, 아이들 각자 다른 역할을 하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발견하게 눈을 띄어주는 기회를 잡는 교사라면 무거운 주제라도 달리 익힐 수 있게 할 겁니다.

서울시 교육감을 만난 핀란드 전 교육청장이 한 말이 귀에 들어옵니다. “학교의 목적은 시험 잘 보는 학생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경쟁이 아닌 협동의 원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발성을 끌어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자발성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어른이 되고 교사가 되어 아이들의 자발성을 키우지 못하는 옛 방식만을 쓰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에서 동떨어진 교실에서 “공부란 재미없는 것”이라는 인식만을 아이들에게 각인시킬 뿐입니다. 아이의 욕구를 알고 아이들의 협력을 받으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시하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필요를 알아보는 눈,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진 어른이 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새 아기가 우는 이유를 엄마 선희님이 아기에게 배우면서 차츰 익혀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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