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잊고 있던 마음속 거스러미의 발견(초등 아잘사 후기)
프로젝트

2021.12.-2022.1. 소식지(244호)

<2021년 10월 11일 초등 아·잘·사 후기>


잊고 있던 마음속 거스러미의 발견

고항심


재미있는학교 모임에 다시 참여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알트루사에 왔을 때 가장 친근하게 여겼던 활동이었는데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전과 달리 뭔가 아주 낯선 느낌에 사로잡혀 보냈다는 생각에 차이가 뭘까 잠깐 돌아보게 되었다. 비대면 환경 탓도 했지만 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재미있는학교 참가자로서 정체성을 어디에다 두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신입생들에게 선물할 연필을 신나게 고르고 각인으로 새길 문구를 궁리하던 기억이 난다. “잘 써진다. 품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주문한 물건인 것 같다” 라던 어느 모람의 말에 뿌듯해했다.    

 

유스라 선생님이 만들어 보내주신 쿠키를 꾸밀 때는 한정된 색상으로 자그마한 쿠키에 그림을 그리는 데 답답함과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잠깐 딴 재미를 추구하는 마음으로 엉뚱한 동영상을 찍었다. 이를 본 모람들이 재미있어 했는데 웃음과 기쁨이 가득해 보이는 공간에서 막상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주의를 돌려놓고 불편한 마음에서 슬쩍 혼자 빠져나오는 기분이랄까?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라며 내게 수업 한 꼭지를 맡겼다. 이야기 이어가기를 함께하고 있는데 첫 주자 은유를 비롯한 어린이들의 똘망똘망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정작 속에서 뭉글뭉글 무섬증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학령기를 벗어난 지 오래되었지만 내 마음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며 곤란했던 시기에 오래 멈추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혼자서 시험성적만 잘 내면 되었기에 잊어버리고 별 탈 없으려니 했던 마음속 거스러미들이 아직 거기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졸업’을 했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이 발견을 재미있는학교에서 어떻게 나누고 소화해 갈 수 있을지 궁리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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