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응급시대] 나는 쓰레기 더미에서 살고 싶지 않다!
프로젝트

2022.4.소식지(247호)

<기후응급시대>

나는 쓰레기 더미에서 살고 싶지 않다!

김희정

 

내가 사는 곳에는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금강(錦江)이 시작되는 샘이 있다. 지난달 우연한 계기로 금강 상류에 사는 새들을 볼 기회가 생겼다. 오색딱따구리를 시작으로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논병아리, 왜가리, 중대백로까지 참 다양한 새들을 인근 숲과 금강 상류에서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물을 뜰 수 있는 곳으로 내려가 수질검사도 했다. 수질검사를 하는 동안 그 인근 돌 위에 누군가 남겨놓은 흔적을 보았다. 수달의 똥이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모래 위에는 수달의 발자국이 보였다. 수달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흔적을 살피며 우리는 모두 신이 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주변의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서 먹고 죽은 앨버트로스 생각에 그곳에 있는 쓰레기를 빨리 줍고 싶었다. 쓰레기를 주우며 누가 우리 집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갖다 놓으면 어떨지 생각해보니 너무 화가 날 것 같았다. 쓰레기가 왜 이들이 사는 곳으로 들어왔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21년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작성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기준으로 매일 45만여 톤의 폐기물이 발생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건설폐기물이 46%로 가장 많았고, 사업장 폐기물이 38%, 생활폐기물이 13%, 그리고 지정폐기물이 3%라고 한다. 폐기물의 86.1%가 재활용되고 매립으로 7.8%, 소각으로 5.9%가 처리된다고 한다. 이 수치를 보니 최근에 본 쓰레기 대란 뉴스들이 생각난다. 전체 쓰레기의 7.8%만 매립되는데도 불구하고 매립지는 꽉 찼고, 불법으로 버려지는 쓰레기들로 쓰레기 산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장이 바뀌고 또 이번에 대선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재개발이라는 단어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럼 또 얼마나 많은 폐기물이 나올까? 대부분 재활용한다고 보고되어 있으니 건설폐기물은 신경 안 써도 되는 걸까?

 

아무리 분리배출을 잘한다 해도 쓰레기 총량을 줄이지 않으면 결국 우리도 쓰레기를 먹고 쓰레기 더미에서 살게 된다. 애초에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말자. 바로 버려지는 쓰레기는 더더욱 만들지 말자고 제안하자.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의 수명을 늘리고, 새로 살 때는 수명을 다했을 때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물건을 선택하자. 누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우리가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자.

 

필자인 김희정 님은 현재 환경교육강사로 활동하며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아이가 자연환경에 가깝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출산 후 전북 장수로 이사했다. 제236호(2021.3.)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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