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 소식지(247호)
내가 만난 핵없는세상
김지은
나는 핵없는세상(이하 핵없세)이라는 시민단체 결성이 필요하다고 마음을 모으던 시기에 알트루사에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하고 난 다음이었다. 나는 집과 알트루사를 오가며 바쁘고 잘 알지도 못하는 모임을 초창기부터 가야 하나 싶었다. ‘관심은 있지만 어느 정도 활성화되면 그때 무엇을 하는지 확실히 드러날 테고, 그럼 나도 슬그머니 끼어들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해 8월 15일에 종로 3가에서 지하철을 환승하고 있었다. 지하철역 한중간에서 반가운 얼굴을 봤다. 당시 알트루사 회장이고 합창모임 지휘를 하는 박수산나 선생님이셨다. 반가워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오늘은 핵없세 창립하는 날인데 거기를 안 왔느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우연찮게 8월 15일 핵없세 창립일을 기억하게 되었다. 박 선생님 얼굴표정은 내게 안타깝다와 아깝다는 두 가지 모두를 말해주고 있었다.
천천히 핵없세 읽기모임부터 갔다. 내가 이런 사회활동에 관심이나 가지고 있는지 고민을 내놓았다. 왜 관심이 없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는 게 의미가 있었다. 해마다 3월에 열리는 후쿠시마 폭발사건을 기억하는 행사에 재미있는학교와 같이 참여했다. 어린이들이 합창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걷고, 끝나면 자장면과 함께 또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이 흘러 핵없세 시민모임에 갔는데 창립 때부터 참여하며 간간이 뵈었던 숭실대 분들과 그분들의 지인이며 회원인 분들도 있었지만 알트루사 모람들이 많았다. 그 재미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민모임에서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해나갈 것인지 한 발자국씩 의논했고, 한 사람의 생각과 한 사람의 변화도 귀하게 보았다. 전혀 다른 단체의 활동을 성급하게 따라하지 않고 모여서 고민을 나누는 모습은 쓸모없어 보이지 않았다. 신선했다.
그 덕분에 나는 조금씩 사회의 문제 앞에서 나를 키웠고, 토요일 오후 시간을 아깝지 않게 낼 수 있었다. 또 다른 핵없세 창립주체인 예람교회에서 공동대표를 파송하고, 역시 창립주체인 알트루사에서도 회장님이 공동대표로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각각의 단체인데 핵없세로 대표를 파송한다니 무척 책임이 강조된 연합 단체였다. 서로 다른 단체들이 힘을 모았다.
공동대표를 비롯하여 회원들은 항시 그 뜻에 동의되면 어느 단체에서든 활발하게 활동한다. 서로 다른 단체 출신인 만큼 목소리도 다양했다. 그런 면에서 차이가 받아들여지는 너그러운 단체이기도 했다. 핵없세는 이 사회의 문제를 나와 관계 지으며 살아가게 했고 나를 시민들의 손을 잡게 만들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