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쌓여가는 관계,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프로젝트

2022.4. 소식지(247호) 

2월 26일 

쌓여가는 관계,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김지혜
 

청소년 아잘사에서는 줌으로 만나는 두 시간 중 한 시간은 그동안 각자 지낸 얘기, 남은 한 시간은 아이 이야기를 돌아가며 나눈다. 알트루사의 다른 모임보다 훨씬 친밀한 느낌이 들어서 어쩌다 모임이 미뤄지거나 취소될 때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일과를 부담스러워하고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나에게 아주 보기 드문 현상이다. 무엇이 다른 걸까? 청소년 아잘사의 차이, 아잘사에서 느끼는 나의 변화를 생각하다 보니 처음에 알트루사의 모든 모임에서 잔뜩 긴장해 있었던 내가 생각난다.


분위기 파악이 느린 나는  모임의 취지에 맞는 자세를 갖고자 무척 애를 썼다. 그래서 형식이 중요했고 늘 긴장했었다. 당시  초등 아잘사에서는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초등학교 재학에서는 엄마도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수업을 준비하고 지난 수업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그때는 뭐든 잘해야 한다는 맘 때문에 아잘사 모임이 좋으면서도 힘에 부치고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 청소년 재학에 와서는 수업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모임의 멤버가 바뀌기도 했고 화상으로 만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 이유도 있지만(그래도 나는 여전히 매번 늦는다) 오랜 시간 지나면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과 여유가 나에게 자리 잡았다는 것을 느낀다. 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궁금해하고 들어주는 관계가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가 변한 것도 있겠지만 관계는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져 간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얼마 전에 초등 재학 때의 사진들을 보았다. 버겁고 힘든 시간이었다는 기억과는 달리 함께했던 아이들, 모람들이 새롭게 보였다. 그러면서 여러 상황으로 지금은 만나지 못하고 있는 모람들에게 시선이 멈춘다. 어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고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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