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성경 말씀

2022.12 & 2023.1. 소식지(254호)

<여성의 눈으로 건강하게 성서읽기>

11월 9일 

살아있는 성경 말씀

이미경

 

모임에 함께한 지 여러 달이 되었다. 참여하기 전에는 여러 성서 공부 중 하나려니 생각하고, 성서의 학문적인 접근으로 건조한 시간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전에 공부를 한 경험이 있어 나름 성서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시작했다. 그러나 모임은 내 예상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모임을 거듭할수록 성경은 정말 살아있는 말씀으로 내게 새롭게 다가왔다. 성서를 같이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서 안에 숨겨져 있는 뜻도 알게 되고, 이제껏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성경 구절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이번 모임에서는 루가복음 18장을 읽고, 일상생활에서 생겼던 일을 성경 구절과 연결하며 진지한 시간을 가졌다. 끈질기게 간청을 한 과부의 청을 결국 들어주는 불의한 재판관 이야기에서 자신의 끈기와 인내의 부족에 대한 고백을 들을 수 있었고, 나는 바리사이와 세리 부분을 읽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제까지 아주 경멸해왔던 율법만을 강조하는 바리사이가 바로 나였음을 알고 흠칫 놀랐다.

 

‘하느님, 감사드립니다. 사실 나는 강탈하는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하는 자 따위 다른 인간들과는 같지 않을 뿐더러 저 세리와도 같지 않습니다. 한 주간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수입에서 십분의 일을 바칩니다.’(루가 18,11-12) 자주 접했던 이 바리사이의 고백이 내게 익숙했고, 평소 내 마음 속에 있는 ‘나는 주님 뜻에 살려고 애를 쓰고 있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며 주님의 가르침을 충분히 따르고 있습니다’는 어조와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얼마나 교만한 생각이었는지 부끄러웠다. 

 

바로 뒤에 나오는 ‘어린이를 사랑하시다’는 소제목의 말씀은 나를 겨냥한 말씀으로 다가와 더욱 놀랐다. 오랜만에 돌보기 시작한 손자들과 한참 유치한 싸움을 하고 있던 중이라 어린이들을 막지 않고 사랑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신 예수님의 말씀이 내게 하신 말씀으로 다가왔다.

 

모임 때마다 주님이 함께하신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다음에는 우리에게 어떤 생생한 가르침을 전해 주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모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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