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정신건강상담공부방은
한국 알트루사 여성상담소가 문을 연 1999년 이래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 셋째 수요일 오전 10:30에 시작합니다.
문의 02-762-3977
에릭슨 심리발달단계를 잠시 멈추고 정신건강을 주제로 진행 중입니다.
9/21일 수요일 주제는 '당당히 혼자 서기 '입니다.
월간 새가정에 연재한 글모음집
'마음건강을 위한 심리학여행(문은희, 도서출판니)'이 교재입니다.
당당히 혼자 서기
문은희 한국알트루사 여성상담소 소장
몸의 일부분이 붙어 태어난 샴 쌍둥이(Siamese twins)가 아닌 다음에야 사람은 누구나 따로따로 태어나, 각자 숨쉬고 움직이며, 따로 살게 된다. 하등동물일수록 태어나자마자 곧장 혼자 살기를 잘 해낸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사람이 홀로 서기 준비기간이 제일 길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홀로 서기를 못하고 사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첫사람(아담)에게 하나님의 피조물인 세상을 돌볼 책임을 맡기셨던 것을 보면 사람이 홀로 해내야 할 삶의 지침을 주셨던 것이다. 특히 개혁교회 교인들은 하나님 앞에 누구의 중재도 없이 홀로 서서 맞대면하는 믿음생활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독자성이며 건강한 사람다운 건강한 살기의 방식이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다른 사람 핑계를 대면서 산다. 우리네 여성들의 경우 부모나 다른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따르기만 하다가 결혼해서 남편의 의견만 좇다가, 결국 자기의 의견이 없이 평생을 살아가는 수가 많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누구 탓을 할 것인가! 서글픔으로 회한에 잠긴다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자기 삶의 수레’를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자기가 원하는 속도로 자기 스스로 끌어가보려 하지도 않고 구경꾼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다. 늘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면 마지막에는 당나귀를 메고 가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 다른 사람이 자기와 다른 뜻과 포부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기는 자기만의 뜻과 포부를 지니고 살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다른 사람을 따라한다는 것은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된다.
우리는 모두 뿔뿔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 겉모습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의 특징도 다르다. 다섯 달란트 가진 사람과 두 달란트 가진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의 뜻을 잘 알고 자기답게 그 가진 바 뜻을 잘 키워간 사람들이었다. 둘을 가진 사람이 다섯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며 주저앉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우리는 흔히 자기보다 많이 가진 사람에 비교하며 자기를 비하, 포기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마지막 날 우리가 받을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 하나님이 우리를 그저 각자 다르게 만들어주신 것인데 우리가 차등을 두고 서로 비교해대는 것은 잘못이다. 다른 사람의 모양으로 내 모습을 바꾸려 성형수술을 하고, 다른 사람 같은 몸을 만들려 들고, 다른 사람들 사는 곳에서 살려고 몰려들어 강남과 분당의 집값을 올리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짓이고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하기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가서도 몰려다니며 집값을 올린다는데, 그 중에 예수 믿는 사람이 분명 있을 터이다.
<하나님 주신 나만의 특징>
상담을 하면서 거의 예외 없이 똑같은 경험을 한 여성들을 만난다. 모두들 자기 일을 자기 뜻대로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한다. 한 젊은이가, 자기가 한 행동이 수치스러워 못 견디겠다며 찾아왔다. 그런데 그 행동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남자친구가 원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여겨 할 수 없이 했다는 것이다. 왜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하고 나서 자기의 그 행동이 역겨워 진저리를 치며, 문밖에도 나가기 싫어할 정도로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을까? 왜 싫은데도 싫다고 즉시로 말하지 못했을까?
그는 기억이 있는 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장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힘들게 돈 벌어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늘 강조하면서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미안해하도록 만들었다. 어머니는 항상 아프다 하셔서 조심해야 했다. “네가 소중해서 너를 위해 내가 힘들게 일하는 것을 달갑게 여긴다”는 느낌의 표현을 부모에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했던 딸에게 어머니는 “펜대를 돌리며 사는 것이 좋다”며 ‘공부하기’만을 원하셨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방학이 되면 억척스레 일자리 구하고, 어머니의 뜻에 따라 재수, 삼수를 하면서 대학에 진학했다. 그런데 언제나 자기 삶의 아귀가 맞지 않는 것 같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이 살며 늘 불행하다고 느낀다.
자기가 자기 느낌, 생각을 인정하고 표현하고, 설득하고, 주장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문제는 거기 있는데 자기의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진단하고 사회성 기술에 대해 쓴 책을 읽으며 사회성 기술을 익혀보려 했다고 한다. 이는, 처세술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의 느낌과 뜻을 되찾아 표현하고 그 뜻을 키우는 삶을 실천하는 것만이 해결의 길이다. 기독교인들로 보면 하나님(주인)이 나(종)에게 주신 특징(달란트)을 제대로 알아보고 그 특징껏 자라고 키워가는 길만이 바른 길, 건강한 삶인 것이다. 주인이 주신 것의 뜻을 모르는 종은 주인을 오해해서 가진 것을 (송장을 묻듯) 땅에 묻어두니 전혀 자라고 커질 수 없는 것이다. 자기를 묻어두면 자라고 바뀌지 못하는 송장같이 생명이 멈추고 만다. 아니 썩고 병들고 만다. 주인의 뜻을 저버리는 것, 나답게 살지 않는 것은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기답게 살지 않는 것은 겸양도 아니고, 인내도 아니다. 교회에서 무조건 참고 견디라는 말을 많이 들은 기독교인들을 상담하면 더욱 답답한 경우가 많다. 부당하게 시댁 식구들의 구박을 받는 여성에게 그냥 참으라고 해서 될까? 시댁 식구들의 의견이 바로 하나님의 뜻이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며느리도 하나님의 귀한 딸이라는 것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뜻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난한 집에서 시집온 며느리와 그의 친정을 무시한다면 세상이 준 기준으로 보는 것이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며느리의 특징을 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며느리도 주눅들어 자기표현을 못했다면 하나님께 받은 자기자신을 스스로 무시한 것이니 다 같이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홀로 서기는 혼자만 살기가 아니다>
흔히 자기다움을 지키려 하는 독자성을 이기성이라 오해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독자성을 찾으면 남성들이 불편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아이가 독자성을 찾으면 어른들이 마음대로 못해서 귀찮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독자성을 귀하게 여기는 여성은 동반자의 독자성도 귀하게 여긴다. 상담받은 여성들이 상담받고 나서 남편을 더 잘 이해하고 정확하게 자기표현을 해서 관계가 좋아졌다고 하는 경우들을 자주 본다. 남편들이 “매일 상담소 가지 그래”라고 할 정도가 된다. 독자성이 키워진 아이는 어른과 말이 통해서 어거지로 떼쓰고 졸라대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큰소리 낼 일이 없어지게 된다.
상담의 과정에서 자신의 가장 자기다운 느낌, 생각을 되찾는 과업을 이루려 한다. 그러고 나면 다른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도 알아보게 되고 존중하게 된다.
홀로 서기는 혼자만 살기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도 남자와 여자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주셨고 서로 도우며 살라고 하셨다. 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기독교공동체는 이 땅 위에 하나님나라를 이루는 같은 뜻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자기와 자기 혈연, 지연, 학연만을 손꼽으며 사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없다. “누가 내 어머니요 형제인가?”하셨던 예수님의 말씀대로 좁은 틀을 벗어나 당당히 자기답게 하나님나라와 하나님 뜻을 구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 이것이, 마음이 건강한 사람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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