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소식지(255호)
<정신건강연구소>
2023년 1월 6일 모임 후기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김지은
엄마를 생각하면 예전에는 기억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이 되면 연탄불 위에서 신발을 덥혀 신고 가게 했다. 그러다가 연탄불 위로 굴러 떨어진 신발을 서너 번 태웠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엄마는 잔소리하지 않았고 내게 다정하게 대해 주셨다. 이 장면은 나의 배경이었고, 내가 중심인 삶에서는 주목할 수 없는 소소한 일상이었다. 그 일상이 다시 그려지니 엄마와의 관계가 잘 보인다. 그리고 관계에서 내 모습도 선명하게 보인다. 나는 눈 뜬 봉사였다. 엄마가 운동화를 덥혀주는 의미를 모른 채 지나갔으니 못 본 거나 진배없다.
엄마 말을 듣지 못하고 ‘왜 저런 말씀을 하실까?’ 내 맘대로 판단해서 짜증내기 일쑤였다. ‘아! 지금 엄마 마음이 이걸 해보고 싶다는 거구나!’ 그렇게 마음을 활짝 열고 들은 적이 없다. 문은희 선생님이 “엄마는 좋고 나쁜 것이 분명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중요한 분”이라고 했을 때 갑자기 내 머릿속에 내 식대로 판단해서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한꺼번에 덮쳤다. 엄마는 집에서 남편이나 아들, 딸한테 이해받지 못하고 지냈다. 엄마한테 너무나 미안하다. 엄마는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엄마 얘기를 ‘이걸 좋아하고, 이걸 싫어하고, 이걸 해보고 싶으셨구나’라고 들었다면 얼마나 행복해하셨을까.
오해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가족)들 속에서도 엄마는 우리를 떠나지도 않고 사랑했다.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뭐하고 계셨어요?” “네가 갖다 준 상담자료집 읽는다. 이거 문선생님과 한 거 아니냐?” 엄마의 목소리에 고꾸라질 거 같다. 자료집을 드리기 전에 어떤 대목에 밑줄을 그어 드릴까, 아니면 한 부분을 읽어 드릴까 잘난 척 속으로 분주만 떨고, 정작 준비를 못해서 책만 드리고 나왔다. 그런데 엄마는 이 책은 “내가 보는 책이렷다”하고 펼쳐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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