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될 준비가 되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4강
프로젝트

나라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두고 고민이 큽니다. 큰 액수의 추경안을 내놓으려 하는데 간단히 국회에서 통과될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정책을 맡은 이들이 이보다 더 급한 일이 어디 있느냐고 설득하려 합니다. 가계부도 못 쓸 뿐 아니라 물건값을 듣고 돌아서면 바로 잊고 마는 내 머리로는 고민할 자격도 없고 그런 처지에 있지 않아 다행이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의 삶을 두고 마음이 몹시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새 대통령이 잘 하는 걸 보니 이젠 나라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농담이 돈다지만 말이지요.) 그래도 청년기를 지난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며 이제 그 시기를 맞는 젊은이들의 막막함을 느껴봅니다.


정작 그때 바깥 형편이 어땠었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젊은이였을 때가 더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이 더 힘들어하는 것은 왜일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전쟁을 겪었고, 대학진학률도 낮았고, 변변한 일거리가 요즘만큼 다양하게 많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복잡한 요인을 다 분석해낼 수 없겠습니다만 젊은이가 되어 아이가 아닌 어른 축에 끼게 된 몸의 나이로는 같아도 마음 품이 달랐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의 앞세대 어른들을 생각해 봐도 결코 요즘보다 처지가 더 좋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결국 아이 시절을 거치고 사춘기에 이르고 또 어른이 되어 어떻게 살지 머리에 그려놓은 삶의 설계도가 얼마나 자기답게 명확한지에 달린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일관성있는 자기다운 내면의 정체감을 지니면서 실험이 허용되는 사춘기를 충분히 거치고 결단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제관계나 경제상황에 따라 중국어가 인기과목이 되고, 독문학이나 불문학은 대학에서 살아남기도 어려워지는 이 나라에서 젊은이가 일관성있는 정체성을 지니기 힘들기도 합니다. 자기 길을 자기 내면의 소리로 정하지 않고 바깥 요인에 맞추어 자기 길을 찾으려 하니 말입니다.


에릭슨은 작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삶을 소개합니다. 결코 훌륭하고 모범이 되는 양육자 부모 품에서 자란 것이 아닙니다. 유럽식 귀족의 뿌리가 있었을지 몰라도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이고, 어머니는 자녀교육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현실보다는 상상의 세계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상상의 세계에서 연극하듯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그려보며 살았답니다. 자기 삶을 흥미로운 배우로 지낸 것입니다. 성공한 작가가 되기 전에 출판되지 못한 수많은 글을 쓰면서 자신에게 딱 맞는 자기에게 적절하게 자연스러운 삶을 찾을 때까지 젊은 시절을 지냈습니다. 그는 초기 작품이 형편없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기에게 자연스러운 자리를 찾기 전까지 편안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처음보다 수준이 높거나 낮아지거나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스러운 자기다운 삶, 작품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바깥으로 보이는 성공과 실패에 예민합니다. 젊은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도 바로 이 성공에 매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부모보다 성공해야 합니까? 태어난 배경과 수준의 삶을 넘어서야 성공인가요? 형제들 사이에도 그런 마음으로 비교하며 살아야 합니까? 이웃과 동료와도 저울질하기 바쁘게 눈치봐야 합니까?


동주에게 요즘 배웁니다. 눈을 맞추면 알아봤다고 활짝 웃습니다. 자기를 알아봐주는 할머니가 있다는 믿음을 우리 서로 교환합니다. 자연스러운 자기자신으로 사는 것의 첫 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동주같이 평생 우리는 자기답게 자유로운 삶을 살면 됩니다. 고액연봉이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 알아주는 관계에 자연스러운 자기 자신이 늘 살아있으면 됩니다. 우리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게 아닐까요? 공무원 수가 늘고 소방대원과 경찰의 수를 불린다고 바로 그 시험장으로 달려가기 전에 자기확립이 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부모님들도 빨리 어떻게든 돈 벌어오라고 눈총 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나라의 정책이 바뀌는 것을 뭐라 하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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