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이 공휴일이어서
20일 목요일 오전 10시반에 시작합니다.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링크된 자기분석방에
각자의 글을 올리고 나누며 같이 분석할 수 있으니 참고하셔요.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30분 전에 알트루사 상담모임 카페에 주소 공지합니다.
정치하는 아이
“아이가 정치를 한다구요?” 눈썹을 올리겠지요. 어른들의 세상에서 넘쳐나는 ‘더러운 정치’ ‘타락한 정치’를 머리에서 떨쳐버리기 힘든 풍토에 익숙한 우리들로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요순시대의 어진 통치자도, 희랍의 철인 정치에 대한 생각도 없었던 것은 아니기에 정치를 아예 부도덕한 것만으로 간단히 넘겨버리지 말고, 실천도덕으로의 정치인의 흔적을 찾아보려는 심정이 되어봅시다. 또래 아이들과 어떻게 힘을 함께 모으고, 나누고, 겨루며 자라는 경험을 하면서 자기들 나름의 규칙도 만들고, 지키며, 같이 조절해 가는가 하는 아이 때의 경험이 훗날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주일 4학년 사촌 언니와 같이 있어서 동화가 아주 조용히 예배시간을 견뎌냈습니다. 어른들이 조용히 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했지만 언니의 영향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동화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가 제일 영향력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24시간 365일 내내 부모가 제일 중요한 인물의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행히도) 아이의 머리 제일 앞에 부모가 늘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아이라면 이미 독자성을 가질 것을 전제로 하고 가족 바깥의 다른 사람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재미있게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수요인이고 이를 실전에서 겪어보는 때가 바로 이시기입니다. 시행착오를 한다 해도 큰 낭패를 보지 않고 놀 수 있는 때라 현실에서 안전하기도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양한 관계에서 놀아보는 것이 자신의 영향력(정치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한 시간 예배로 우리 교회는 끝을 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동화의 영향력 키우기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겠지요. 예배 후 두 시간을 어른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때도 동화는 여러 종류의 사람을 파악합니다. 아빠가 흥분해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 엄마에게 아빠가 싸우는 거냐고 묻습니다. 자기가 가진 사탕이나 과자를 둘러앉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하나씩 나눠주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반응이 다른 것도 사람별로 분류하면서 그 작은 머리에 열심히 입력할 겁니다. 지난 주일에는 내 곁에 와서 “할머니 안녕하세요?” 속삭였습니다. “그래 너도 잘 있었니?” 대꾸했더니 곧 다른 사람을 향해 떠났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을 다 지나쳐서 저 쪽 끝 박 선생에게 가서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겁니다. 누가 제일 연장자인지 파악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은유도 동화도 망사로 된 치마를 공주 패션이라고 입기 좋아한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 페티코트 소재로 속치마 패션이라 입기 주저했을 것인데 아이들 세계의 패션이 된 겁니다. 아마도 어린이 집에서 인기 있는 (영향력있는) 아이가 입고 왔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샤도 빨간색과 파란색을 좋아한다는데 어린이집에서 만난 자기보다 큰 아이가 좋아하는 옷 색깔이랍니다. 동네 친구가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으니까 자기도 학교 다니고 싶어한답니다. 그런데 부모의 교육방침에 맞는 마음에 드는 학교가 없어 벌써 고민이랍니다.
아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끼어드는 요인이 점차 복잡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힘있는 사람 (영향력이 큰 사람)의 눈치를 볼 것인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갈등상황에서 얼만큼 열심히 주장하고 설득하고 합의하고 협력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들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고집할 것인지 세 갈래 길에 서게 됩니다. 독자성을 갖추고, 다른 사람들을 용납하는 유연성이 건강하게 자란다면 함께 자기와 다른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아이로 자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어른이 될 것입니다. 우리네 정치가들이 원칙을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여주지 못하고 지연 학연 혈연으로 패를 만드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미개한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어디 직업 정치인들 만일까요! 우리 모두 같은 짓 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 마음에 안 드는 내 아이를 못 견디는 엄마, 나와 다른 남편을 참지 못하는 아내, 내 기분을 거스리는 이웃을 외면하는 나, 나와 다른 모람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이런 우리를 보며 아이들도 따라한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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