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 소식지(243호)
<자원활동가 일기>
어머니연구를 다시 시작하며
김윤정
알트루사 정신건강연구소(소장 문은희)는 2013년에 각자의 어머니를 연구하는 ‘어머니연구’ 모임을 시작했다. 그 결과물로 중간보고서 두 권이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세상에 나왔다.
내가 알트루사를 한참동안 나가지 않을 때여서 당시에는 보고서를 통해 어머니연구를 접했다. 나와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모람들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알트루사에서 수요상담모임과 심리학교실에 참여하다 보면 어머니라는 존재를 떠올리지 않을 때가 없다. 나와 세상에 대한 감각의 출발점인 기초신뢰감이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뒤따라오는 시기의 독자성도 이 기초신뢰감을 바탕으로 발달한다. 이런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는 함께 어우러져 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다시 알트루사에 참여하면서 어머니연구에 합류하였다.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듣는 것이 얼마나 생소하고 쉽지 않은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를 품고, 낳고, 길러주며 오랜 시간 나와 영향을 주고받은 어머니. 어머니를 알아가는 과정은 곧 나를 더 깊이 알아가는 기회였다.
안타깝게도 2019년 11월에 모임이 중단되었는데 드디어 올해(2021년) 10월 1일 다시 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문은희 소장님의 쾌유로 다시 기회가 생겨 기뻤다. 좋은 뜻을 알아보고 함께 시작한 연구자가 20명을 훌쩍 넘었다. 어떻게 모임을 시작해야 할지를 소장님과 상의했다. 처음으로 온라인 카페 개설도 해보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공지사항을 전달했다. 나서서 일해 본 경험이 거의 없어 서툴고 부족함이 많다. 그렇지만 언제든 도움 청할 이웃이 있어 든든하고 어느 때보다도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다. 전에는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매여 솔선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힘을 들이지 않아도 선선하게 일할 수 있어 이 자유로움이 무척 소중하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어머니를 만나면 이번에는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될지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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