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 소식지(246호)
<정신건강 상담공부>
2022년 1월 19일 <좋은 교사, 좋은 부모, 좋은 어른>_학령기 7번째
판단을 넘어 경청, 관심으로
이한나
요즘 모람들이 학령기를 주제로 발설한 내용을 기억하며 나를 비추어본다. 초등 2학년 때 부모님이 기대하는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어 거짓말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 어머니가 주변 친구 누가 하더라며 문제집을 사줬다. 열심히 하라고 했으나 부모님이 곁에 없는 시간에 문제집을 펴보는 것은 내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시험이 다가올 무렵, 부모님은 문제집을 다 풀었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끝내지 못한 문제집을 보고는 실망하고 화를 내 나는 잔뜩 주눅이 들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하지 않은 나에게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다 어느 날 부모님이 공부 내용을 확인할 때, 혼나기 싫어 재빨리 모범답안을 베꼈는데 칭찬을 받았다.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이미 머리로 알았고 나중에 부모님도 알게 되어 그러지 말라는 훈계도 들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마음 한 켠의 찜찜함을 외면한 채 부모님을 만족시키고 얼른 혼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이런 경험은 반면교사가 되어 나의 교육관에 큰 영향을 주었다. 스스로 필요를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주어진 문제집은 아이들에게 짐이 되기에 거의 사주지 않았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여겼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기에 아이들에게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하려 했다. 아이들이 혼자 공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려 했다. 그러나 학원을 보내지 않고 공부도 억지로 시키지 않는데 엄마랑 함께 공부하기 힘들다는 아이들을 보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집단상담을 통해 내가 아이들을 세밀하게 관찰하지 못했고 아이들이 어렵다고 할 때 마음으로 듣고 도와주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나에게 쉽다는 이유로 학령기인 주영이가 곱셈과 나눗셈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여러 번 외면했다. 그까짓 것 그냥 하면 된다는 말만 하며 아이의 고민을 마음으로 듣지 않았다. 작년 2학기부터 자신감을 잃어가던 아이를 외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미안했다. 첫째와 셋째 사이에 끼여 관심을 덜 받기 쉬운 둘째를 잘 살펴서 아이가 자신의 발달 단계를 온전히 누리도록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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