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2022.09,(251호)
<정신건강 상담공부>
8월 3일 <마음건강 - 예민할수록 좋아!>
예민할수록 좋다
최연진
이번 수요집단상담의 주제인 ‘예민함’은 나 자신을 생각할 때면 늘 떠올리는 특징이다.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무신경에 마음이 상하고, 사람들의 무례한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예민해서 대충 넘기지 못하고 사사건건 속상해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주변에서 "넌 너무 예민해"라는 말을 하면, 내 예민함이 상대를 불편하게 한다는 자책을 자주 하곤 했다. ‘예민할수록 좋다’는 제목의 발제글에서 ‘예민함’은 좋은 특성으로 더욱더 예민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을 읽고 안도하기는 했지만 명확한 의미가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모임에서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다 보니 내가 ‘예민함’을 부정적으로 느끼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느낌과 상황을 격려받지 못하고,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거절당하고 부정당한 경험 때문이라는 설명이 큰 깨달음을 주었다. 예민한 내 모습을 이제껏 부정적으로 느낀 것은 상대에 대한 순수한 ‘예민함’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치를 살펴 부정당하지 않기 위한 선택적 ‘예민함’임을 알게 됐다. 즉 ‘예민한 것이 좋다’는 것은 상대의 눈치를 보는 ‘예민함’이 아니라, 주변 사람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예민함’을 뜻한다. 그래서 ‘예민함’이라는 마음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그 배려에 힘입은 사람이 다시 타인에 대한 ‘예민함’을 발휘할 때 그 모습이 보상이라는 문은희 선생님의 말씀도 이해되었다.
다른 사람의 느낌과 상황을 헤아리고, 헤아린 마음을 다른 사람이 기쁘게 받아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예민한 세상이 된다면 모두가 끝까지 예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힘을 얻는다. 일한 시간이 차이 나는 일꾼에게 같은 일당을 지급한 포도원 비유에 관한 질문에, 일을 많이 한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일자리를 얻기 위해 초조하게 기다렸을 일꾼의 마음을 - 타인이 보기에 게으르고 불성실해서 일하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 - 헤아리는 것이 예민함이다. 일한 만큼 품삯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노력한 내가 게으른 너보다 더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고 느꼈다. 일하고 싶고 노력하려고 해도 기회가 없는 사람들, 지하 방에서 폭우를 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공감하는 ‘예민함’이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연대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