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2023년 3월호(256호)
<정신건강 상담공부>
2월 15일 - 지난날의 ‘나’ 그리고 날로 달라져가는 오늘과 올제의 ‘나’
지난날의 ‘나’ 그리고 날로 달라져 가는 이제(오늘)와 올제(내일)의 ‘나’
한제선
“많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 어려운 상황을 소화하지 못하고 그 순간에 고착되어 자람을 멈추기도 한다. 그러면 몸은 어른이 되어 박사도 되고 결혼도 하고 부모가 되어도 제대로 ‘대응하지(response)’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런 사람은 맡은 본분(자신, 가정, 일, 공공)에 ‘책임지지(responsible)’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자기답게 매순간을 ‘대응하는’ 사람으로 발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도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아무에게도 자신의 삶을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건강을 위한 심리학여행> 101쪽 중에서-
상담모임에서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떠오른 일은 어릴 적 아버지의 당뇨병이 발병하고 난 후 최근까지 들었던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때 엄마는 아버지가 콜라를 너무 많이 마셔서 당뇨병에 걸렸다고 암담해 했다. 아버지가 당시 벅차고 힘든 일을 하다가 갈증이 많이 나서 콜라를 먹다 보니 병이 났다고 매우 속상해 했다. 나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타임머신이나 소원을 들어주는 기회가 있다면 아버지의 발병 몇 년 전으로 돌아가서 이 일을 막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만큼 이 일은 내게 매우 심각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이 타임머신을 타고 가도 해결할 수 없었을 거라는 경험을 최근에 했다. 내 나름으로 아버지께 도움을 드리려고 했는데 거절 당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느끼는 어려움이 나와 다를 수 있고, 내가 아무리 심각해도 아버지는 심각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그제서야 이 오해는 엄마의 단정(생각)에 멈춰서 아버지를 파악하지 못했던 이유임을 깨달았다. 무려 40년 간의 오해였다.
어릴 때 어떤 일에 멈추었던 것이 이 일 뿐이 아니다. 기억나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일은 가늠조차 안 된다. 하지만 내 상태가 조금이라도 드러남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그동안 너무 좌절만 하느라 나아가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했다. 그 습관이 오래되어 당장 힘이 반짝 나는 것은 아니지만 숨이 쉬어진다. 그동안 내 등에 진 짐의 무게에만 집중하고 집착한 것도 맞지만, 함께 진 짐을 기꺼이 감당하고 함께 사는 삶을 살아가는 알트루사 모람들과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였다.
이렇게 상담모임에서 ‘어제의 나’를 알아가면서 ‘이제의 나’가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도 더 알게 되고 더 표현하며 이웃과 함께 알트루사와 함께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제는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기다리지 않는다. ‘올제의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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