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며 일하며
문은희_한국알트루사 여성상담소 소장
첫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던 그 순간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는 말은, 남달리 유난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뱃속에서 자라는 동안 온갖 증상들과 발길질까지 신비롭게 느끼면서도 정작 볼 수 없어 궁금했던 아기를 처음으로 대면했으니 말이다. 내 몸의 일부였던, 가장 익숙한데도 내가 아닌 새로운 존재,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기쁨에 오랜 진통도 곧바로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런 황홀경에 잠겨 넋을 놓고 있을 때 아기의 아빠가 곰곰이 들여다보다가 불쑥 말했다. “얘가 나중에 뭐 하면서 살게 될까?”
내 남편만 그랬을까? 전에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처음 교회에 나온 갓난아이를 안고 기도해주는 순서를 예배시간에 넣었었다. 복 주시기를 구하는 기도내용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은 “이 아이가 자라서 무엇을 하든 꼬리가 되지 말고 머리가 되게 해주소서”였다.
일에서 성취해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세상의 문화에 매여있어서 아기 때부터 경쟁하여 이길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세상에서의 욕심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런 기도를 기대하는 그리스도인 부모들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눈에 보이는 행동의 변화와 성취에 온통 마음을 쓴다. 아기가 언제 뒤집고, 얼마나 다른 아기들보다 빨리 자라는지 조급하게 기다린다. 낯가림할 때도 아기가 평균월령에 맞추어줄 것을 기대하고, 첫 발을 떼는 거나, 언제 “엄마 아빠”라는 말을 하게 되는가 하는 것에도 경쟁이 붙는다.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 우리 아이들은 더욱 심각한 전쟁(경쟁)터에 내몰리게 된다. 아니, 학교에 가기 훨씬 전부터 조기교육이라는 미명으로 너무나 일찌감치 경쟁의 쓴맛을 맛보게 한다. 마치 사람으로 태어나 산다는 것은 오직 경쟁하기 위해서라는 듯이 말이다.
그런데 심리학은 우리같이 이렇게 사는 것은 사람답게 건강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공부만 하고 일만 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사랑하면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사람 아담이 혼자만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신 하나님께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갈 사람 하와를 창조하여주신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기능인 노릇하는 일은 혼자라도 되겠지만, 사람관계를 맺는 일은 혼자로는 도저히 할 수 없다. 사회관계가 필수인 것이다. 그러기에 모든 심리학은 사회심리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감있게 자라서 독자적으로 성취하는 훈련을 거쳐 온갖 자격증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으로 좋은 남편이 되고 어진 아내가 되고 자애로운 부모가 되고 우애 깊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를 살릴 능력이 있다고 뽑힌 정치가가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정치에 실패한다. 보이지 않는 자기의 마음이 자라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읽을 줄 모른다. 공부를 아주 잘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문제를 쉽게 푸는 사람이 교사가 되면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지 못하는 학생의 심정을 모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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