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태어난 첫 순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의 첫 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자신의 삶의 시작을 마음으로 그려볼 수 있게 할 뿐입니다. 그런데 그 어른들이 얼마나 아기의 내면의 상태를 알아봐줬을까요? 몸을 푼 날부터 밭에 나가서 일하셔야 했던 어머니는 젖먹이는 시간에야 아기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도 울지 않는 순한 아기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젖 물리고 한 숨 쉴 수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기어다니는 때가 되면 기저귀로 몸을 묶어두어 움직임의 폭을 줄여 안전을 지켜주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이건 좀 심한 경우겠습니다. 제도와 습속이 바뀌면서 병원에서 아기 낳고, 대문에 삼줄 걸고 삼칠일을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몸보신하는 것이라고 여긴 때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전문 기관에 들어가서 완전히 산모와 아기가 한동안 이른바 전문인의 손에 맡겨져 지내기도 합니다. 너무 바빴던 엄마들이나 완전히 편한 엄마들 모두 아기의 중요한 삶의 첫 단계를 지켜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어느 ‘여성’병원에서 아기를 떨어뜨렸는데도 엄마가 모를 수 있었던 일이 있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기’병원이 아니고 ‘여성’병원입니다. 그리고 아기의 삶의 기억을 책임질 ‘여성’도 모르는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 모두 다행히 살아남았습니다. 바쁘셨던 엄마나 남의 손에 맡겼던 엄마가 얼마나 아기의 삶의 출발점을 알아주고, 소중하게 기억하고,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요. 삶의 모든 시기가 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삶의 첫 시기는 하도 중요하다고 느껴 인생의 주춧돌이라고 에릭슨이 말합니다. 번듯한 건물마다 주춧돌을 특별히 표시합니다. 다른 돌과 구분하여 보여줍니다. 우리 모두 태어난 날을 각별하게 여기듯이 말입니다. 예전에는 어른의 생신은 중요했어도 아이들의 생일은 지나쳐왔습니다. 이제 아이들의 생일이 중요해진 시대가 왔습니다. 그러니 그것이 경쟁하듯 유행같이 행하는 풍습 때문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남들이 다들 하는 백날과 돌잔치는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행사이고 남겨진 사진이 작품일 뿐입니다.
태어나 첫 해 아이가 이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얼마나 안정감 있게 살았는가 하는 것이 평생의 자기신뢰감을 가질 수 있는가 불신(Basic trust vs. Mistrust)하게 하는지 정합니다. 자기신뢰감의 주춧돌이 됩니다. 요즘 들어 자신감이 없어졌다는 니(여성)를 봅니다. 전에는 자신감 있었는데 부쩍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고 합니다. 혼자 마음껏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요인들이 끼어들어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혼자 마음껏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요인들이 끼어들어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니들은 특히 혼자 살 때 마음대로 했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면서 남편, 시댁, 식구들, 아이와 아이 친구들의 엄마들까지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아진 것입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기초신뢰감은 혼자 하는 활동의 자신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과 자기가 사는 세계, 환경에 대한 신뢰를 말합니다. 살아가면서 자기가 대하는 환경, 인간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맞는 자신이 믿을 만해야 하는 겁니다. 환경과의 관계에 안정감을 갖게 하는 데는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 어른들에 대한 신뢰감이 자신에 대한 신뢰를 기르기 때문입니다.
에릭슨 부인은 아이와의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병원에서 아기들을 딴 방에 두던 관습에 항의해서 자기 방에 아기와 처음부터 같이 있었답니다. 전통 운영방식에 따를는 병원에 있었기에 내 첫 아기는 젖 먹이는 시간에만 내가 있는 방에 올 수 있었습니다. 20개월 뒤에 둘째를 낳은 병원에서는 아기방으로 서랍 침대를 밀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아이를 관찰할 수 있어서 엎뎌있는 아기가 첫날 머리는 돌리는 것을 봤습니다. 보험처리 안 되었던 가난한 유학생 처지라 첫 아이는 하루밖에 병원에 있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가난한 것이 좋기도 합니다.
* 니: 여성을 가리키는 단어 뒤에는 '니'가 붙습니다. 어머니,언니, 할머니,아주머니 등. 그래서 문은희 소장이 글 안에서 표현하는 '니'라는 단어는 여성을 가리키는 명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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