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순님이 여러 아이들에게 살맛 찾아가기를 부추깁니다. 어느 나이건 학령기 아이가 앞으로 어른이 되어 살아갈 도구를 익혀갑니다. 우리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기술 가운데 글 읽기는 누구에게나 없어서 안 될 기술입니다. 세종대왕 덕에 우리나라 사람은 한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글씨는 읽어도 내용을 알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글자를 읽고 쓰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 그 내용의 맛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문학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요즘 사방에서 따라합니다. 실용의 기술이 모든 것을 앞선다고 여겨 인문학과를 없애버리기에 앞장서 서두르던 것이 얼마 되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행정부서와 대학이 한심할 뿐입니다. 그런 어른들이 학령기를 어떻게 보냈을지 짐작이 됩니다. 다들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성적표를 조사해볼 생각은 없지만 말입니다.
남들 따라 뒤늦게 인문학을 새삼스레 조장하려 하기보다 기본은 학령기 어린이들에게 스스로 배우기의 재미를 잃지 않고 철저히 익히고 싶게 지도하는 선생이 필요합니다. 부모건 교사건 좋은 선생은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을 알아 재미있게 기술을 습득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은 기술만 익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있는 영역의 내용을 함께 깊이 이해하고, 즐겁게 감상하고, 마음의 양식으로 삼아 어른이 되어 사는 데 든든한 자산으로 삼게 됩니다. 공부의 맛이 이것입니다. ‘자기주도 학습’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주도 학습을 따로 학원에서 배우게 하는 코메디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한 문제 더 풀어 내신성적 한 등급 더 올리게 하여 이른바 일류 대학에 가는 것을 조장하는 교육은 헛된 교육입니다. 그 한 문제가 앞으로 그 아이가 사는데 든든한 자산 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교육받은 우리네 수많은 젊은이들은 교육받은 내용을 자산 삼아 살고 있지 않습니다. 전공했던 것을 계속 연구하는 사람 이외에는 배운 것을 바탕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극히 드믑니다. 피아노를 전공한 친구가 피아노 뚜껑도 열지도 않고 산다는 말은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어른들이 정한 교과 과정에 따라, 어른들이 교육하려는 속도에 맞추어, 일방으로 아이에게 가르치고, 시험문제를 내서 풀게 하고, 숙제를 내주어 아무 재미없이 받아 적게만 하는 교육이 문제입니다. 여기에 잘 맞추어 아무 의심 없이 교사를 따라하는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받을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될지 모릅니다. 자기주도 학습인 줄 알고 학습지를 풀고 있었다면 자기 일생도 자기주도 인생인 줄 알고 남 흉내 내기에 급급해집니다.
모든 사람이 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태어나, 다 각기 다른 삶의 몫을 즐기며, 한 층을 이루며 살게 되었는데 자신과 아주 다른 사람의 삶을 흉내 내고 있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자기 삶은 자신만이 살아내는 겁니다. 그 몫을 다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학령기에 준비하는 배움의 맛을 잃지 않게 어른들이 도와야 합니다. 부모는 교사와 협력해서 아이들의 이시기를 잘 지켜주어야 합니다. 봉투를 들고 교사를 찾아가라는 말이 아닙니다. 교사의 태도를 잘 지켜보고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다른 부모들과도 협력해야 합니다. 자기 아이뿐 아이라 모든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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