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2022년 7,8월호(250호)
<핵없는세상>
6월 4일 시민모임 후기
반성하자! 함께 하자! 널리 알리자!
한제선
형편이 되면, 시간이 생기면, 이 일이 지나가면… 그렇게 핑계가 많았던 적이 있다. 봉사와 기부는 지금이 아닌 먼 훗날로 미루었다. 알트루사에 와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으면 ‘내 코가 석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권하는 사람을 미워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왜 나를 괴롭게 하나?’라며 째려 보았다.
하지만 알트루사의 여러 활동은 흥미롭고 따뜻하고 열려있으니 어느 틈에 나는 모임 속에 있다. 나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주던 이들이 이웃의 어려움에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고 느끼며 어느 틈에 나도 거기에 있다. 애타주의의 뜻 아래에서 생각하고 움직이면서 나를 이웃의 자리에 놓기도 하고, 이웃을 나처럼 느끼는 마음 바뀜이 수시로 일어나니 “아니”라며 냉담하게 고개를 가로저을 때와는 마음이 많이 다르다.
예수께서 “너의 이웃이 누구냐?”고 물으신 것처럼 알트루사가 나의 이웃을 묻는다. 그러면 떠오르는 이들은 예전과 다르고 넓다. 내가 누군가를 대신해서 목소리 내고 마음 쓰고 있다는 걸 느낀다. 사랑에 젖으면 이토록 절실한 목소리를 내는구나 싶다. 그중에도 “핵발전소를 멈추라!”는 구호는 핵발전소 옆에 사는 주민과 함께하는 외침이고, 핵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엄청난 전자파를 내뿜는 송전탑 옆에 사는 밀양 할매들을 위한 외침이고, 핵발전소의 방사능 누출과 치명적인 사고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바다, 공기, 모든 동 ⸱ 식물을 위한 외침이다.
그들을 내 몸처럼 느끼게 되니 마음이 절로 간절해졌다. 그래서 외치는 소리가 현 정부 들어서 공격을 받아 초라해지고 위축되더라도 이 또한 감수한다. 각자도생을 버리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나와 우리의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이들, 냉담하거나 무관심한 반응을 만날 때면 실망하고 슬프지만 함께 하는 이들이 있기에 툴툴 털어버린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라는 마르크스의 말처럼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비극이 우리에게 일어날 비극이 될까 두렵다. 그리고 후쿠시마의 비극에서 제대로 못 배웠기에, 복수하듯이 정책을 뒤엎는 현 정권의 행태는 우스꽝스럽다. 그러니 우리가 정신 차려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자.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서 우리의 무관심, 무책임을 반성한 것처럼 계속 반성하자. 전염병과 기후위기로 위험에 처한 지구 생명의 위기를 널리 알리자.
2011년 예람교회의 부활절 예배에서 싹이 터서 2012년 ‘핵없는세상’이 세상에 나왔다. 함께 이룬 10년의 역사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러한 큰 뜻에 동참하여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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