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춘기
홍혜경
세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우리(부모)와 대화가 안 된다고 자기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시기를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함께 읽은 문은희 선생님의 여는 글 “믿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에서는 사춘기는 믿을 수 있는 세상에서 ‘자기만의 벅찬 꿈을 가지고 각기 저마다 별의 별 인생을 설계하는’ 시기라고 하였다. 그러려면 ‘아이들이 마음껏 날개 짓해 날 수 있는 확 트인 공간, 사회문화를 만들어 줘야한다’고도 하였다.
우리네 사춘기는 어땠을까. 압도적이었고 무서운 어머니 앞에서 할 말을 다 못하는 아이였고, 세상은 위험하니 믿으면 안 된다는 어머니 말을 듣고 자라 마음 놓고 사람을 믿을 수 없어 고민했고, 어머니의 ‘공부해서 남 주냐’는 말과 달리 학교 선생님의 ‘공부해서 남 주라’말에 무작정 동의가 되던 시절을 보냈고, 남의 시선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맘 놓고 할 수 없었고, 자신의 상처를 마음껏 드러내지 못해 마음의 병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제대로 사춘기 시절을 잘 보낸 걸까 회의가 든다고 한다.
수요모임에서 에릭슨의 발단단계에 따라 공부하면서 가장 다행스러운 것은 발단단계 중 어느 한 단계를 제대로 못 지냈다고 해도 언제든지 다시 그 단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임에는 사춘기 이전의 기초신뢰감과 독자성, 놀이시기, 학령기를 새로 경험하고 있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어 참 좋다.
오늘 처음 모임에 참석한 모람이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모임은 처음이라고 했다. 자신은 주변에 믿지 못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문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믿는다고 해도 내 얘기를 솔직하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니 오늘 모임에서 속 깊은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믿음 속에서 사춘기를 새롭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무섭고 안전하지 않다는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려다 보니 우리네 부모님들이 얼마나 걱정이 많고 단속할 것이 많았을까 이해가 된다. 그분들을 이해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니 부모님의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그 사랑을 믿으니 그동안 경계했던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지금의 아이들이 이웃을 믿지 못하고 외로운 사춘기를 겪고 있다. 어른들이 그들이 믿을 수 있는 세상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부터라도 변화에 적극적이어야 하겠다. 어떻게? 알트루사 정신건강사회운동에 열심히 동참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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