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살아가다

에릭슨 발달단계

에릭슨 발달단계
10강

이번 해 마지막 모임을 위한 글을 써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늙은이 때’를 길게 보냈습니다. 아직도 할 말이 있는 것을 참고 지나가렵니다. 그러다가도 늙은이 때가 또 미심쩍어 그때로 되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늙은이들이 옛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걸 알지요? 윤동주의 동시가 떠오릅니다. “옛이야기 한 켤레에 감자 하나씩,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모락모락 올라오는 감자 굽는 내“ 모람들이 때로는 나의 팔십 년 삶 가운데 토막, 토막 이야기를 할라 치면 ‘역사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고 합니다. 어찌 들으면 ‘꼰대’라고 할까요? 듣는 아우들에게 미안해하다가도, 아우님들도 다 이맘때에 이르면 오늘의 나와 비슷하게 옛 이야기할 거리가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시치미를 뗍니다. 이제, 여기에서 우리가 주고받는 이런 이야기 장면도 모두 역사가 되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알트루사에서는 이 소중한 역사의 자료를 모두 녹취하려 하고, 녹취될 수 없는 느낌을 마음에 기록하여 소중하게 기억하려 합니다.

 

 

우리 모두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살려는 것이 우리 모임의 목표입니다. 우리 모두 어떻게 건강한 마음을 평생 키우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을 바라, 함께 모여 찾아가려 애쓰고 있습니다. 혼자 해낼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누구고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혼자로는 자기 모습도 제대로 볼 수 없고,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도 거울이 될 다른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쟈호다 (Marie Jahoda)가 한 말 대로, 우리의 이웃(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됨됨이를 일관성 (통일성)있게 가지고, 자신과 환경(이웃)을 정확하게 바로 알아보는 사람이 되어야 제대로 건강한 것입니다.

 

갓난아이 때부터 늙은이가 되기까지 기나긴 세월을 어느 한 때(stage)도 무시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기답게 살아가면서 이웃들과 함께 잘 지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잘 지낸다”는 말에 오해가 없기 바랍니다. 갈등하지 않고, 욕 듣지 않고,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웃에게 군말 듣지 않으려고 이웃(환경)의 비위만을 맞추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면 이웃을 적당히 외면하고 자기 혼자 거리 두고, 이웃과 상관하지 말고 살라는 것도 아닙니다. 껄끄럽지 않으려고 혼자 눈 감고 수양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답게 건강하게 산다”는 것의 전제는 자기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자기가 또 이웃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건강한 균형관계를 말 합니다. 그러기에 ‘자기와 자신과의 관계’, ‘자기와 이웃과의 관계’에서 살고 있는 자기가 균형을 잃지 않고 튼튼해야 합니다. 프로이드 (S. Freud) 덕에 어린 아이 때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절절히 알게 되었습니다. “아, 아직도 내가 오래전 그 때의 원망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합니다. 그러나 그때만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삶의 때마다 갖추어야 할 덕복이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거쳐야 할 허들이 있습니다. 어느 한 때 소중하지 않은 때가 없습니다.

 

100세 정신과 의사 할머니가 쓴 그의 삶을 읽고 있습니다. 27살에 의과대학에 갈 생각을 했답니다. 그때, 그 나이에, 여성이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 보통의 일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 똑같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균형 잡힌 독자성을 가진 겁니다. 그는 끝까지 환자를 도우려 합니다. 넘어져서 다친 관절을 수술받고 삼층 자기 집 계단을 오르는 이야기가 재미로운 감동을 줍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다른 사람이 업고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른 발을 계단 한 단 위로 올려봅니다. 그리고 몸을 솟구쳐봅니다. 그러니까 왼발도 할 수 있었답니다.

 

하루 세 끼 자기 손으로 차려 먹습니다. 될 수 있는 한 “그냥 한 끼 때우지!” 하지 않고 제대로 차려 먹습니다. 80에 수채화를 배우고 90에 숫자 게임을 배웁니다. 그 할머니를 따라 수채화를 하자는 건 아닙니다. 내가 하려는 말은 평생 어떤 때고 그냥 넘겨버릴 때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혼자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웃과 같이 하는 삶을 누리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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