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어른들의 믿음직한 모습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5강
프로젝트

아직 사춘기를 더 생각해야 하는데 웬 어른이냐 할 겁니다. 사춘기에 건강하게 이르기까지 아이들 곁 가까이에 늘 건강한 어른의 살아있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려 합니다. 태어나 첫 해에 기초신뢰감을 든든히 갖추는 때부터 신뢰감을 줄 어른이 아이 곁을 버티고 있어야 했습니다. 어른들 사이에 흔들리는 관계 때문이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양육자 어른이 아이에게 안정된 신뢰를 잃게 되면, 아이가 자신도 신뢰받을 어른이 될 약속을 자리매김 하는 ‘자아의 힘’(ego strength)을 키워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요즘 사춘기 아이들이 어떤 부모의 영상 (image)을 지니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엄마들은 아이 기르는 것을 힘들다 여기고 짜증내고 있습니다. 아이 돌보는 것보다 집안살림하는 것에 더 힘을 쏟고 있는 듯 보입니다. 아니면 엄마가 더 좋아하는 일, TV 시청, 독서, 공동 육아라 해 놓고 엄마들끼리 모여 수다 떠는 것, 엄마가 잠자고 있을 때 아이더러 조용히 하라거나 아이도 잠자라고 하지는 않는가요? 돈 버는 것이 아이와 지내는 것보다 좋다고 여기지는 않는가요? 아이를 외가나 친가 할머니에게 떠맡기고 부모는 바깥일에 더 열심을 내는 사람들로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요? 그나마 아빠의 얼굴은 더더욱 보기 힘든 건 아닌가요? 어쩌다 들이미는 얼굴은 벌겋게 술 취해 냄새를 풍기거나, 담배 여기로 숨쉬기 힘들게 하지 않습니까?

 

돈을 많이 벌어와서 큰 집에 수많은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예쁜 옷을 입혀주지 않아도 됩니다. 오막살이 단칸방이라도 엄마 아빠가 아기의 눈을 맞추고, 엄마 아빠 마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기의 옹알이를 듣는 대상이 되고, 또 대상을 삼아주면 됩니다. 가난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신감 있는 자아의 힘을 가진 부모여야 합니다. 가방끈이 짧아도 아이의 소중함을 아는 부모여야 합니다. 권력과 사회의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열등감에 젖어있지 않아야 합니다. 예뻐야 한다는 것이 부모 사이에서 서로 사랑하는 조건이 아니어야 합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으로 제대로 잘 갖추어지지 않아 남보다 조금 활동하기 불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이 잘못이 아니니까요. 요즘 말하는 금수저, 은수저 말하는 것은 더욱 웃기는 일이라 전혀 고려할 것이 못 됩니다.

 

적어도 세상에서 필요하다는 이런 조건을 벗어나는 마음을 지닌 어른이어야 아이들은 조건 없이 인정받는 경험을 합니다. 든든하고 온전한 신뢰의 바탕에서, 신뢰를 흠뻑 머금고 인생을 출발합니다. 아이는 거칠 것이 없습니다. 동무들 사이에서, 다른 이모들과 아저씨들, 할머니 할아버지 틈에서 자기 됨됨이를 전혀 가리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며 자랍니다. 다른 사람들도 편견 없이, 있는 대로, 바르게 봐주고, 성의있게 들어주고, 열심히 소통하며,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른 사람을 모함할 생각도, 거짓말 할 의도도, 잘난 척 할 욕심도, 더 잘 보여야 할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자유로운 세상을 살 수 있는데 어른들이 ‘조건부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돈이 많아야 한다”고 하며, 아이들을 돈의 노예로 만듭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땅을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합니다. “공부가 제일 중요하다”면서 성적을 두고 경쟁하는 노예 씨름판에 떠밀어 넣습니다. “예뻐야 해” 하면서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사 손으로 잡은 칼끝에 맡깁니다. “힘과 권력을!” 외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의 전쟁터에 보냅니다. 

 

자유인의 삶을 버리게 하고, 노예의 굴레를 씌웁니다. 그리고는 아이를 사랑한다 하고, 노예 노릇 잘 한다며 자랑스럽다고 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그런 앞날을 내다보며 어찌 희망에 부풀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을 구해낼 길은 눈을 뜬 어른들 손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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