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적인 삶을 살자
프로젝트

소식지 2022년 6월(249호)

<기후응급시대>

자립적인 삶을 살자 

김희정
  

 

오랜만에 서울에 사는 동생과 만나 분식집에 갔다. 떡볶이, 튀김, 순대, 꼬마김밥까지 다양한 음식을 보자 신이 나서 종류별로 주문하고 사장님과 대화를 나눴다. 사장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기름값이 많이 올라 걱정이란다. 누구나 부담없이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분식인데,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급격하게 상승하는 원자재비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답답해하는 사장님과 헤어지고 나서 관련 뉴스를 찾아봤다. 5월 13일 YTN은 식용유 가격이 작년보다 2배 올랐다는 소식과 함께 창고형 대형마트가 식용유 구매를 1인 2개로 제한한다고 보도했다. 해바라기씨유와 카놀라유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라 식용유의 원료 생산, 수출을 할 수가 없어졌고, 과자나 라면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팜유도 주요 생산,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전쟁 중인 나라의 평화를 기원하기도 부족한데, 그 나라에서 나오는 원료에 의존하던 사람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생존에 필수적인 음식을 구하지 못해 아사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지난 5월호 소식지에서도 언급했지만, 먹을거리 자급도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10명이 먹어야 할 음식을 8명이 갖고 있다면, 부족하더라도 서로 나눠 먹으면 된다. 그런데 10명이 먹어야 할 음식을 1명만 갖고 있다면, 아무리 나눠먹는다고 해도 모두 배고플 것이다. 그리고 이 배고픔을 참지 못한 누군가가 자신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먹어야 할 음식을 스스로 만들 힘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주변도 살피고, 타인을 돌볼 수 있지 않겠는가!

 

산골에서 모든 것을 자급해야 했던 지인의 어머니는 필요한 대부분을 스스로 구했단다. 농산물 저장법의 하나이자 우리 음식에 꼭 필요한 된장, 고추장은 물론 술, 식초와 같은 발효식품도 직접 만들고 들풀의 특성을 잘 알아 적재적소에 사용한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으니,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원을 모아두지 않아도 된다. 그 때문에 자립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잘 나눈다. 그런데 외부 의존적인 사람들은 환경에 문제가 생겨 자신이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계속 모아둔다. 그러니 전쟁 중인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돌보는 여유도 잃어버린다. 

 

기후위기시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세계의 모든 사람과 이 위기를 같이 인식하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닐까? 더 자유롭게 살고 위기에 처한 사람도 도울 수 있게 필요한 것을 마련하는 데 있어 가급적 자립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필자인 김희정 님은 현재 환경교육강사로 활동하며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아이가 자연환경에 가깝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출산 후 전북 장수로 이사했다. 제236호(2021.3.)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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