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2022.10. (252호)

<자원활동가일기>

역사를 만드는 일

박소영

작년 말 상담자료집 발간을 위한 녹취봉사 참여 제안을 받았다. 그 당시 코로나19로 종일 딸아이와 지내던 상황이라 거절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앞섰지만 왠지 안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흔쾌히 수락을 했다. 녹취봉사는 수요집단상담 녹음을 듣고 글로 옮겨 적는 일이었다. 상담자료집 녹취 매뉴얼에는 녹취절차 및 방법 그리고 각자가 담당해야 할 녹취분량이 있었다. 나는 맡은 분량이 따로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모든 분량을 듣고 녹취했다. 딸아이가 녹취를 하는 엄마를 보며  “엄마 그만해”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음성을 그대로 글로 옮겨주는 '클로바'라는 프로그램이 신기하기도 했고, 다듬어가는 녹취작업이 재미있었다. 한편으로는 해야 할 많은 분량에 ‘다음에는 거절해야지’라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서투른 나의 녹취본이 보탬이 되고 첫 상담자료집 책 마지막 쪽에 봉사자로 내 이름이 올라가니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그 일을 계기로 이번 두 번째 상담자료집 발간 봉사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또다시 흔쾌히 수락은 했지만 내심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도리어 짐이 되지 않을까?’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사전 온라인회의를 통해 각자의 의견과 바람을 나누니 부담감은 줄어들었다. 

이번에는 윤문작업을 해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윤문'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몰라 인터넷 지식검색창에서 찾아보았을 정도로 낯설었다. 그리고 윤문작업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수요집단상담 녹음을 반복해서 듣고 그 당시 모람들의 생각과 의도를 잘 파악해 간단명료하게 글로 잘 옮겨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각자 맡은 분량으로 작업을 하고 개인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의가 필요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가 한 주제로 집단상담에 참여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들어주고 다듬어주는 과정과도 동일하다고 보인다. 

혜경궁 홍씨가 <한중록>을 남겼다. 그이를 누군가는 정조를 성군으로 키운 훌륭한 어머니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홍씨 가문을 위해 정치적 야망을 가슴에 품은 여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시대의 역사는 기록을 남긴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통해 말한다. 누군가 역사는 글로 남기는 자가 그 시대를 이끌어간다고 했다. 

거창한 말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매달 수요집단상담을 하며 앞으로 남겨질 자료를 만들어가는 역사적인 순간에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 나누는 말들이 글로 남겨져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