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해결사?
프로젝트

2022.12. 소식지(254호)

<정신건강 상담공부>

11월 2일 '우리나라 여성들의 건강한 마음과 믿음생활'


엄마는 해결사?

박소영

 

요즘 하진이는 내년 봄 2학년이 되기 전까지 “한글 떼기”를 목표로 독서학원을 등록해서 다니고 있다. 왜냐하면 하진이가 한글(국어 수업)이 싫어서 학교를 가기 싫다고 했기 때문이다. 마침 수요모임 다음 날 공개수업이 있었는데 아이가 왜 학교에 가기 싫어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이 쉴 새 없이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들었고 또박또박 답을 말했다. ‘여름방학 동안 너무 놀게만 했나?’, ‘책을 안 읽어줬나?’, ‘내가 가르친 한글 공부 방법이 잘못되었나?’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모임에서 아이 선생님과 통화한 내용을 말하며 속상한 마음을 한가득 쏟아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문 선생님께서 더 이상 학교에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선생님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요즘 현실을 너무 모르시는 건 아닐까? 자주 연락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 연락한 건데 엄마가 선생님을 통해 아이의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건가? 모임을 끝내고 종일 선생님 말씀을 되뇌었다. 선생님은 왜 나에게 학교에 연락하지 말라고 하신 걸까? 

 

초등학교 시절, 엄마는 한 번도 학교를 찾아간 적이 없었다. 심지어 무조건 가야 하는 학부모 전체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 당시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가게일도 보고 여기저기 배우러 다니느라 바빴다. 무엇보다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참석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자전거도 혼자서 배울 만큼 어려서부터 스스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오빠들은 어린 나와 놀아주지 않았고 부모님은 바빴으니 스스로 노는 방법을 터득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결정하는 일들에 익숙해서일까? 아버지의 입김으로 진로를 선택했던 오빠들과는 다르게 나는 내 길을 선택했기에 지금도 내 결정에 대해 후회도 미련도 없다. 

 

문 선생님께서 내가 다른 모람의 어머니 모습을 답습할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때로는 엄마가 해결책을 주어서 마음이 힘든 아이의 상황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후회도 미련도 없다는 나를 돌이켜보면, 매 순간 엄마가 나의 힘든 상황을 해결해주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 아이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빼앗는 엄마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삶에서 찾아오는 기회가 항상 행복하고 빛나고 좋은 것들만 가득할까? 모든 과정을 하나둘씩 겪어가면서 아이가 스스로 마음의 힘을 길러 나가길 바란다. 나 역시 한걸음 뒤로 물러나 아이가 주체적으로 그 상황을 잘 헤쳐 나가길 기다려주고 기도하는 성숙한 엄마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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