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함, 그리고 자람과 발달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2강
프로젝트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판도가 급박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저마다 더 높은 자리라고 보이는 곳을 향해 출마를 선언합니다. 이제까지 맡은 자리에서 잘 하고 있다고 여겼던 인물이 적합해 보이는 그 자리를 그만두고 더 권력이 많다고 여기는 높은 자리로 옮겨 앉겠다고 기자회견합니다. 그 인물에 대해 실망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됨됨이에 일관성을 흐려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 보입니다. 정치하는 사람뿐이 아닙니다. 교육자, 성직자 할 것 없이 건강하지 않아 빚어내는 문제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어린 아이를 성추행의 대상을 삼는 어른들은 자신의 내면의 욕구를 다스리지 못하고 약한 아이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건강하지 못한 ‘못된 짓’입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 됨됨이의 결과로 나타난 겁니다. 모든 부정부패는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착한 세상을 만들려면 건강하게 자라고 건강하게 발달해서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에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자신의 내면과 바깥세상을 정확하게 알고, 적극으로 환경을 익혀 적응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될(master ones environment)뿐 아니라, 일관성 있게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unity of personality) 건강함을 향해 우리는 매순간을 살아내야 합니다. 처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 품에 안긴 순간부터 아이는 자신의 내면과 자신을 돌봐주는 환경인 엄마를 파악하게 되는 것에서부터 건강한 성격이 자라고 발달해 가는 역사가 시작됩니다. 아이와 엄마를 둘러싼 사회 문화의 수레바퀴가 아이의 건강한 성격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람 중에 한 사람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시어머니 앞에서 아이의 이름을 사랑스럽게 부르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 특히 여자 아이를 귀엽다고 “지은아!” “지은아!” 하면서 사랑스럽게 이름을 부르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젖을 먹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분위기였답니다. 바쁜 일상 중에 아이에게 잠깐 젖 물리고는 다시 일로 돌아가야 하는 엄마에게서 아이는 무엇을 인식하게 되었을까요? 아이보다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지 않았을까요? 사랑받을 만한 귀한 존재라는 느낌을 아이는 누구에게서 받을 수 있었을까요?

자신이 귀한 존재이고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라면 다른 사람을 안심하고 대할 수 있습니다. 자기에게 환경이 되는 다른 사람을 안심하고 대하면서 자신과 환경을 순조롭게 알아가는 아이가 될 것입니다. 내면의 욕구와 발달에 법칙에 외면하지 않고, 우호적인 친절한 환경과 끝없이 서로 교섭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기답게 적합한 속도로, 적합한 순서로, 적합한 형태로 발달해갑니다. 그래서 다 각기 다르게 태어난 아이들이, 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 각기 다른 사람으로 자라고 발달해 갑니다. 아이들이 지니고 태어난 잠재력과 내면의 가능성과 역량이 충분히 인식되고 발휘되도록 환경이 친절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네 시회 문화에서는 아이의 가능성을 알아주지 못하는 어른들이 힘을 가지고 마음대로 휘두르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특징을 일관성있게 유지하며 보람차게 사는 것을 우선으로 여기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자신의 느낌과 생각보다 바깥에서 알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며 자라서 내면과 동떨어진 허수아비 같은, 알맹이 없는 허우대만을 보며 따르게 됩니다. 교육감이 도지사 보다 자기에게 적합한 것인지 개의치 않고, 자기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일지라도 더 커 보이는 것을 노립니다. 나에게 적합한 것보다 남들이 좋게 보는 것에 혹합니다. 신데렐라 이야기에 나오는 계모의 딸들이 억지로 신발에 발을 맞추려는 것 같은 거지요.

죽는 날까지 자신을 잃지 않고, 그렇다고 고집스레 한 자리에 멈추어 주저앉아있지 않고, 자신의 내면과 이웃과 환경 사이에서 서로 제대로 교섭하여, 바뀌며, 자라고, 발달하기로 합시다. 이것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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