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자라고, 바뀌며 튼튼하고 바르게 살기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1강
프로젝트

                                                         

동화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나도 오래 전에 태어나 74년 7개월 가까이 살며, 자라고, 바뀌면서 늙어졌습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 태어나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시시때때로 바뀌면서 이만큼 나름대로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라고 바뀌며 살아오는 것인지에 대해 각별히 마음 쓰지 않고 “그저 그러려니” 하며 살고 있습니다. 팔자소관으로 치고, 남들이 하는 대로 별나지 않게 아이를 기릅니다. 고생하고 자란 사람은 아이들을 거칠게 다루어 강하게 만든다고 믿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때리며 길러야 아이가 똑바로 정신을 차린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아이들도 다 맞으며 자라는 줄 알았다면 맞는 것이 당연하다고만 알고, 맞으며 자란 사람이 얼마나 정신차리지 못하고 평생을 사는지 모르고 하는 짓거립니다.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병에 걸리지 않고 숨이 붙어있는 것만으로 건강한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도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의 고통은 풀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폭력을 쓰는 그 부모에게 당연히 말 못하고, 누구도 믿을 수 없으니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습니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 앓는 꼴이 됩니다. 풀리지 않은 아픔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이 곪아가기만 합니다. 오죽하면 산책길에서 처음 만난,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하소연 들어야 했겠습니까!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다면서 끝없이 쏟아놓는 그의 이야기는 가족 사이에 뒤얽힌 이야기였습니다. 제일 가깝고 아낀다고 생각하는 가족들 사이의 문제가 아주 깊은 겁니다.

건강하게 자라고 바뀌며 발달해가는 데는 우리의 사회문화의 영향이 큽니다. 자전거를 탈 때에는 당연히 헬멧을 써야 하는 규칙을 지키는 사회문화 속에 살고 있다면 아이가 헬멧 쓰기를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자전거 타다가 다친 적이 있는 원석이가 헬멧을 쓰지 않는 아이들 틈에서 꼭 써야 한다는 부모의 요구 때문에 아예 자전거 타기를 포기했었습니다. 이번 여행 가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자동차 없이 살고 있는 아들네에게 들은 것입니다. 몹시 비바람 부는 날이라 아이를 데리고 가는 아들에게 택시를 타는 게 어떨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아기 자리’(car seat)가 없으면 탈 수 없답니다. 튼튼히 띠를 꽉 잘 매어서 아이가 아빠 몸에 착 달라붙어있어도 안 된다는 겁니다. 그만치 규칙을 잘 지켜야 하는 사회문화입니다.

적당히 규칙을 무시하며 사는 사회에서는 그렇게 엄격하게 지키지 않는 것이 마치 정상이라도 되는 양 살게 됩니다. 거짓과 부패가 만연한 곳에서 정직함을 지키는 것은 자신과 아이에게 손해라고 여기는 부모가 생깁니다. 그리고 원칙을 무시하는 상황에 동조하면서 같이 부패하게 되는 것을 봅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 사는 것’(to do well)이 우선이 되면, ‘옳고 착하게 사는 것’(to do good)을 무시합니다. 정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사람을 마음이 건강하다 할 수 없습니다.

완전한 사회는 없습니다. 문제가 있는 사회문화 속에서 살면서도 부모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아이를 대하고 길렀는지가 아마도 제일 중요한 첫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는 나이까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갓난아이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태어나 첫 한 해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익히는지 어른들이 모르고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처음 한 해가 건강한 성격 형성에 제일 중요한 때일지 모릅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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