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 소식지(247호)
<정신건강연구소> 2월 4일 후기
어머니를 알려는 욕심
정은선
작년 10월부터 다시 시작해 5번째 모임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인데 아주 금세 돌아오는 느낌이다. 모임 전에 그동안 나에게 어떤 진전이 있었나 돌아보았다. 과제로 읽을 책을 아직 다 못 읽었음을 발견하고는 그동안 어머니 연구를 잊고 있었구나 싶기도 했다.
지난 모임에서 문은희 소장님이 추천한 두 권의 책 <글 쓰는 딸들>과 <니는 내맹쿠로 살지 마래이>를 다 읽은 모람들의 소감을 먼저 들었다. 두 책은 각각 프랑스의 유명 여성 작가 3명의 이야기를 어머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낸 전기, 그리고 우리나라 경북지역의 딸과 어머니 관계를 연구해 학회에서 발표하는 액자 형식의 소설이었다.
아무래도 배경이 되는 나라가 다르다 보니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은 나라이더라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각각 다른 아이가 다른 엄마를 만나는 상황이니 애초에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문화에서 두드러지는 딸의 마음과 태도를 찾아볼 수 있었다.
다들 어머니를 위하고 어머니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효녀의 마음이 깔려 있었다. 어머니와 다른 내 느낌과 생각을 제대로 갖추고 표현하지 못해온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와 분리되지 못한 채 짐작으로 맞춰왔기에 어머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 마음을 알아주기도 어렵다. 어머니로부터의 자극이 강할 경우 튕겨져 나오는 반응도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자아가 분명하지 못한 채로 어머니의 기대와 요구를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관계 혹은 주체가 얼마만큼 분명한가에 따라서도 반응은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실제의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알려는 자세로 모였다. 그동안 내게 있던 색안경과 경직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어머니를 이해하려 한다. 내 느낌을 생생히 살리면서 과거의 어머니와 나를 다시 만난다. 어머니와 일대일로 진실한 관계를 맺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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