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6월호(249호)

<자원활동가일기>

<정신건강공부방> 첫 자료집을 엮으며

김희정(마리아)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인지라 단톡방에 올라오는 우편물 작업 등 현장 도움을 구하는 글을 보면 늘 아쉬운 마음이었다. 가까운 곳에 살더라도 일상에 쫓겨 돕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 짝은 서울, 이 짝은 장수~~” 한숨 한 번 쉬고 안타까운 마음을 접곤 했다.  

그러다 ‘정신건강 상담공부’모임 자료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전의 모임 녹음을 녹취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 일에 여러 사람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기회에 장수에 있는 나도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겠구나 싶어 기분이 참 좋았다. 얼마나 좋았냐면, 컴퓨터를 잘 다루지도 타자 실력이 그리 좋지도 않으면서 호기롭게 “저요, 저요!” 하고 나설 정도였다.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게 설명된 녹취 과정 설명서를 더듬더듬 따라 프로그램을 깔고 음성파일을 풀어 드디어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벽에 그린 천진한 낙서마냥 살아있는 배경 소음 위로 점자처럼 올록볼록하게 들려오는 참가자들의 말소리가 참 귀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더러는 알기도 하고 또 더러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글썽이고 함께 웃었다. 그때 그곳을 상상하며 온전히 빠져들었다. 

사막의 단비처럼 카랑카랑하고 시원한데 따듯한 문선생님의 목소리를 자꾸자꾸 듣다 보니 선생님 목소리에는 명랑한 자비로움이 묻어있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슬픈 목소리, 혼란스러워하는 목소리, 화난 목소리, 불만스러운 목소리, 냉소적인 목소리, 자신 없는 목소리, 불안한 목소리… 여러 소리를 들으며 이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든 이 때보다 더 밝게 나답게 살고 있길 상상하고 기도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색의 소리로 나와 남에게 얘기하고 있는지 조용히 들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