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처럼 말고 사람답게
프로젝트

소식지 2022.10.(252호)

<정신건강연구소>

 

9월 2일 

 

천사처럼 말고 사람답게

이현숙

 

이번 모임에서 우리가 어머니 연구를 할 때 어머니만이 아니라 나도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은희 선생님은 어머니와 관계가 계속해서 달라지는 과정을 각자 글로 남기는 과제를 독려하셨다. 이러한 연구 결과물이 출판되었을 때 우리 뿐 아니라 그 글을 접한 사람들도 어머니와 관계가 바뀔 수 있다는 상당한 희망이 되어서 우리의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기회였다. 어머니를 달리 보게 된 계기와 그 인과관계를 사소한 내용이라도 정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어머니 연구에 어떻게 임해야 될지 연구자의 자세를 돌아보았다. 

 

몇몇 모람이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현해준 덕에 나 역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게 되었다. 늘 아프지만 애써 무감각하게 묻어 두려 했던 어머니와 함께한 마지막 병상의 시간들이 또 기억났다. 맏며느리로서 매사에 헌신적이고 모든 이에게 선했고 갖은 고생을 하신 어머니가 마지막에 고통 가운데 계시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다, 

 

하지만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내 몸은 지치기 시작했고, 평소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냉냉한 모습들이 너무 낯설어 도망가고 싶었다. 그래서 돌아가신 후 죄책감과 후회가 너무 커 맘껏 아쉬워하거나 어머니를 그리워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모임 후 그 순간으로 돌아가 피하지 않고 바르게 보고자 하는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앞뒤가 엉켜 같은 말만 반복하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였다. 

 

그래서 수업 중 나온 말처럼 열심이라는 덕목 아래 반성조차도 내가 정해놓은 틀과 기준으로 살아온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와 상대방 모두 짝사랑같이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균형을 잡아가며 도움을 주고받고 협력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니 마음에 여유가 자라고 있음이 느껴진다.
 

"천사처럼 말고 사람답게 살자"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나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엄마도 참 자유롭게 해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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