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2023년 3월호(256호)
<정신건강 연구소>
2월 3일
선물이 기다리는 모임
홍혜경
모임 후기를 쓰려고 찾아보니 어머니연구 모임의 첫 자료집을 발간한 해가 2014년이었다. 그동안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다음 년도에 두 번째 자료집이 나왔고, 이제 올 5월에 알트루사 창립기념일에 맞춰 다시 그동안의 연구를 정리하는 결과물를 내려고 모람들이 준비하고 있다.
재작년 10월부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람들은 한 달에 한번 모여 문은희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각자의 어머니를 인터뷰하고 관련 책을 읽고 토론했고 서로 거울이 되어 자신의 어머니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 내용으로 매달 글을 썼다. 이제 그동안의 글들을 모아 각자의 어머니를 세상에 내놓으려고 한다. 그 형식은 참여 모람의 수만큼 다양할 것 같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모람은 어머니가 일기를 쓴다면 어떻게 쓰셨을까 상상하며 ‘어머니의 일기’를 대신 쓰며 그 마음에 더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모람은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살아계실 때 묻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어머니 입장이 되어 써보고 있다. 아직 글의 형식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를 이해하는 눈이 매번 달라져 자신의 오래된 오해를 풀고 새로운 엄마를 만나고 있는 모람도 있다. 반면에 아직도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복잡해 만나기가 꺼려지기도 하고 화도 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모람의 고민도 함께 나누고 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한 이야기에서 어머니를 이해하는 내 생각의 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중심에 두고 썼다. 두 달 전에 5쪽에 가까운 긴 글을 쓰고 이렇게 이번 연구의 결과는 정리가 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이번 모임에서 문은희 선생님의 도움으로 과거의 기억 속에 묻혀있던 반짝 빛나는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찍 마감한 글을 다시 꺼내 새로 써야 할 것 같았다.
어머니를 이렇게 새로 만날 때마다 움츠리고 있던 내 마음이 조금씩 펴지고 있다. 스스로 상처를 내며 아파했던 마음이 조금씩 회복이 되더니 이웃을 대하는 따뜻한 온기까지 느껴진다. 문 선생님 말씀처럼 어머니연구가 이 정도까지 우리의 마음을 회복시킬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머니와 사는 새로운 재미와 보람까지,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선물을 다 예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언제든지 많은 모람들이 함께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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