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소식지(259호)
<정신건강연구소>
5월 8일 어머니연구모임 후기
천천히 설레는 마음으로
이미경
'어머니 연구'가 끝나면 뭔가 시원한 답을 얻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내게 있었나 보다. 오늘(5월8일) 마무리 모임에서, 나의 '어머니 연구'는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기보다는 솔직히 속이 상했다고 할 수 있다.
'어머니 연구'를 통해 어느새 자신이 변해 가족이나 이웃에게 이해하는 마음이 더 생겼다는 모람, 병으로 앓고 계신 어른의 표정이나 눈빛으로 그분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는 모람, 알 수 없던 엄마의 태도에 지금은 그 이유를 짐작하게 되었다는 모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삼 문은희 선생님의 말씀이 더 많이 와닿았다. "무엇인가 연구한다는 것은 연구 대상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하는 사람이 변화하여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도 넓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연구 후엔 그 대상을 새로운 차원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지요."
나의 관점이 달라지거나 생각의 폭이 넓어지지 않은 상태로 엄마를 알아가려고 했으니 진전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어머니 연구'를 통해 전과 다르게 관계를 맺어가는 모람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엄마를 진정으로 만나고 싶어 조급했던 나의 마음을 직면하게 되었음을 고백할 수 있겠다. 엄마를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긴 시간이, 분명 내게 있었다. 그 시간에 붙들리기보다 엄마를 조금씩 알아가는 서툰 모람으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기쁜 마음이 되어간다. 그리고 다시 시작해볼 것이다. 이렇게 부딪쳐 봤더니 실패네? 그렇게 되리라 예상했는데, 엄마가 의외의 면을 보여 주시네?... 나는 현재 엄마를 향해 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그 파장이 나를 서서히 움직여 활동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