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과 불안감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2강
프로젝트

상담실에서는 늘 사람관계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늘 이 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오늘의 나이 40대, 50대가 되어 새삼스럽게 생기는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실은 초등학교 시절에나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더 들어가 보면 까마득히 아주 어린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은 성격대로 산다고 하며, 성격을 바꾸기 어렵다고 하는구나 하며 무릎을 칩니다.

 

그런데 왜 그런 성격으로 살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봅니다. 타고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고난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자라면서 형성된 것이라면 그렇게 된 요인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기억하지도 못한 아주 어린 시절과 닿아있다는 데 놀랍니다. 어쩌면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었던 가족관계의 성격이 문제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가정의 출발점인 부모님이 각기 태어난 그들 각자의 가족 관계가 더 깊은 뿌리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시대 상황과 사회문화의 가치와 분위기가 만들어 온 습속이 더 넓고 깊은 뿌리이자 씨앗일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파란만장한 역사도 바탕에 있었을 터이고, 우리네 가치관이 방향 설정하는 데 한 몫을 했을 것입니다. 문순 말대로 “단군의 자손”이라 한탄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요인들의 영향을 받았는지 몰라도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 특히 부모가 아이를 어떤 눈으로 보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 아이 인생의 첫 고리를 푸는데 대단히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아들이 귀한 집에 태어난 사내 아기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각별합니다. 딸보다 아들을 좋아하는 남아선호 사상의 분위기에 젖은 집에 온 ‘딸 많은 집’ 막내딸은 어떤 공기를 마셨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한 자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재력이 필수라고 강조하는 부모의 품에 태어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선 먹고사는 것, 눈앞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에 한정된 삶을 사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어떻게 할까요? 아이의 마음을 보고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허겁지겁 사는 것만이 현실이라 여기고, 보이지 않는 마음과 느낌과는 상관없이 살아가려 했을 것입니다.

 

그런 부모는 아이의 의식주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으로 책임을 충분히 다했다고 여깁니다. “내가 네게 못해준 것이 무엇이냐?” 하며 당당합니다. “엄마, 그냥 젖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유병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 눈을 들여다보며 엄마의 관심어린 사랑을 느끼게 해주며, 엄마의 눈동자에서 사랑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호소하는 아이의 욕구를 몰라보고 무시하며 산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엄마도 아이가 있어서 행복하고, 아이도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복되다고 느끼는 아이와 엄마가 동시에 공감의 관계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 종합 영양소보다, 어떤 항생제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고 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몸으로는 우량아일 수 있지만 마음의 결핍증이 심각할 수 있습니다.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갈 기인 앞날을 위해 무엇이 아이에게 더 필요한지 알고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기초신뢰감이 든든하게 자라면 금수저 은수저를 입에 물고 나오지 않아도 자라고 살아가는 때때로 맞을 어려움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어제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SKY대학생이 자살했답니다. 어려운 처지였다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그런 처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선택을 하고 안 하는 차이가 어디에서 생길까요? 편안하고 쉽게 살 것을 기대하지 않고 극복해낼 수 있다는 신뢰감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린 것입니다. 엄마와 내가 공감하며 같이 살고 있다는 신뢰감,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표현하며 관심을 받으며 함께 살아야 제대로 살 수 있습니다. 혼자 눈치보며, 적당히,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혼자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에는 불안함을 피할 수 없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