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자라고, 성숙해갑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3강
프로젝트

윤지가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윤지 엄마는 첫 아이 예지와 얼마나 다르게 자라고 있는지 신기해합니다. 두 아이는 닮은 데도 있지만 아주 다릅니다. 눈, 코, 귀의 숫자는 같습니다. 팔 다리도 한 쌍씩 있다는 것도 같습니다. 엄마 젖을 먹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예민했던 큰 아이와 달리 순하게 잘 자고 튼튼하게 잘 자라서 벌써 조용히 안겨있기보다 벌떡 서려 하고 다리 힘이 셉니다. 한 부모 품에 와서 자라는 두 딸이 다른 특성을 가지며 자랍니다. 같은 환경인 것 같아도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먹이고 입히고 잠재우고 하는 겉으로 보이는 환경만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이 있습니다.

 

마음이라는 영역입니다. 첫아이는 처음으로 부모가 된 젊은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역할을 해내면서 불안했을 겁니다. ‘불안’은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그런 부모의 마음 상태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아이 마음에 전달됩니다. 아이가 숨을 쉬고 있나 걱정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부모는 아이를 제대로 잘 수 없게 합니다. 어른의 마음 상태가 아이의 마음속에 갈등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둘째를 기를 때는 엄마가 익숙해졌습니다. 게다가 알트루사에 와서 이모들과 같이 아기를 기를 수 있으니 마음을 편히 할 수 있습니다. 좀 울어도 놔둘 수 있습니다. 큰아이 때는 단숨에 달려갔을 텐데, 이제 둘째에게는 “엄마 두 숟가락 더 먹고”하며 느긋합니다. 최미리 이모가 안아주니 더 먹어도 됩니다. 엄마 따라 아이도 느긋해집니다.

 

그렇게 두 아이의 성격이 달리 영글어갑니다. 아이의 필요에 따라 아이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어른의 반응이 따릅니다. 조그만 아이의 존재가 어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게 만듭니다. 젖을 먹일 엄마는 가슴이 불어옵니다. 아빠의 넓은 가슴에서 심장소리를 들으며 편히 자는 아이가 아빠를 묶어둡니다. 이렇게 갓난 아이 때 아이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려 주변 어른들의 도움을 동원합니다. 자라면서 매 단계마다 필요를 충족해야 하는 과제를 만족하게 이뤄가면서 삶의 역사를 개척해갑니다. 우리는 모두 차곡차곡 자람과 바뀜의 단계를 거쳐 수십 년을 성숙해왔습니다.

 

아무도 갑자기 아이 때 어른이 되지 못합니다. 삶의 첫 해에 이뤄야 할 과제가 있고 그 다음해, 또 그 다음으로 성취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유치한 과제일지 몰라도 적합한 시기에 적합하게 그 과제를 익히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 초기 단계가 허술하면 기초가 흔들리고 다음 단계로 오르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허술한 어른으로 살게 됩니다. 그러기에 삶의 초기에 가장 중요한 부모와 가족 관계가 사랑으로 안정되어야 합니다. 아기의 마음의 발달과제에 눈뜨고 귀 열고 보살피는 마음을 지닌 양육자들의 사랑의 품이 아주 필요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사회문화가 필요합니다.

 

아이는 적절한 속도로 자라고 바뀌게 되고, 적절한 순서를 밟게 됩니다. “태어나서부터 입안에 이빨이 가득했다”는 것은 신화에 나오는 인물을 그린 삼국유사에나 있을 법합니다. 한발 앞서 돌 지난 여진이를 보면서 윤지의 자람과 바뀜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애정이 담긴 관심을 주고, 세심하게 보살피고, 위험에서 보호하고, 친절한 태도로 아이와 소통하는 사랑이 아이에게 필요한 사랑의 환경입니다. 이런 사랑이 결여되어 아이에게 자람의 속도를 재촉하는 사회풍조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아주 어린 나이에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온갖 것을 가르치려 하는 부모들은 아이를 괴롭힙니다.

 

그 나이에 익혀야 할 것, 아이 마음의 자람을 위한 과제가 따로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잘못된 짓입니다. 아이의 필요를 모르고 아이와 소통하지 않고 하는 양육은 정작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의 든든한 평생을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을 놓치게 만들고 상처를 입힙니다. 외국어는 나중에 배워도 됩니다. 여러 가지 필요한 기술도 천천히 익혀도 됩니다. 여러 가지 잡다한 것을 서둘러 일방으로 가르치려 들면서, 아이의 마음이 제대로 자라는 것을 방해하면 아이는 평생을 괴롭게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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