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찼다고 절로 부모 되기를 바라나?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6강
프로젝트

이 세상에 태어나 학교 다니고, 훈련받아 일하면서 돈벌이하며 저마다 사람구실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썽부리지 않고, 공부 잘하면 모범생이라고 속으로 은근히 뽐냅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이 되어 번듯한 직장도 잡습니다. 거기까지 해내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엉켜 같이 사는 것에 이르러서는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말썽부리지 않는 모범생만 되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그러니 자기에게는 문제가 통 없다고 여기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나이 차서 결혼해 야하고, 결혼했으니 아이를 낳고 살아야 하는데 껄끄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자기에게는 문제가 없으니 다른 사람들에게서 문제를 찾아내려 합니다.

 

시댁은 친정과 다릅니다. 친정에 사는 동안 친정 부모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익히 보아왔기에 바로 그 문제가 없어 좋아 보이는 가정에서 자란 남자를 골라봅니다. 그 말은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자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을 고르게 된 겁니다. 그런데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여기며 살아온 마음의 틀로만 보면 자기와 다른 사람이 당연히 문제거리로 보입니다. 어려서부터 일찌감치 들어왔던 ‘미운 아기 오리’ 이야기는 너무나 분명하게 보이는 백조를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어리석은 사팔눈 현상을 잘 말해줍니다.

 

‘오리’의 안목으로는 ‘백조’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거꾸로 ‘백조’의 안목으로 ‘오리’를 몰라볼 것입니다. 오리라고 다 같은 오리가 아닙니다. 물론 백조라고 다 같은 백조가 아닐 겁니다. 그러니 우리 사람의 눈으로 다 같이 보이는 새들이 평생 일편단심 정절을 지킨다는 이야기에 놀라지만 그들도 남다른 짝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하물며 우리가 사람으로 남다른 짝을 만나 사랑하며 평생을 함께 사는 것을 당연한 일 아닐까요? 아무하고나 사는 것이 아니라 나와도 다를 뿐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과도 다른 사람을 만납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사랑에 빠져 서로의 다른 점을 알아주고 공감하고 이해하며, 사랑의 힘을 합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사랑의 열매로 자녀를 품고 가정을 이루어 살게 됩니다. “아빠 닮았다”는 말을 듣기 싫어했던 아이는 엄마가 하는 아빠 흉을 잔뜩 들은 탓에 생긴 일입니다. 남편을 사랑하는 엄마가 같은 말을 했다면 아이가 싫어했을까요? 게다가 아무리 부모 어느 편을 닮았어도 아이는 또 부모와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입니다. 아이가 부모와 다른 존재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도 아이를 사랑한다고는 생각합니다. 부모로의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위해 헌신하고 아낌없이 베풉니다. 문제는 자기의 생각과 판단으로, 자기 마음대로 합니다. 아이의 특성이나 아이의 필요를 제대로 알고 적절하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어렵게 자란 자기 처지에 배우지 못하고 가질 수 없었던 것을 자기 아이에게 풍성히 주려 합니다.

 

옆집 아이와 다른 아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와 다른 배경의 옆집 엄마가 아이에게 해주는 대로 따라 자기 아이에게 퍼줍니다. 광고와 뉴스에게 본 것을 따라 합니다. 아이들은 부러울 것 없이 자랐다고 엄마를 칭송합니다. 자기의 좁고 부족한 경험과 안목에 묶여서 살면서 아이들만을 위해 희생했다고 여깁니다. 보람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자기답게 만족스럽게 사는 것을 방해한 것이라서 아이 스스로 자기답게 자라고 어른이 되는 것을 방해한 결과를 가져 옵니다. 부모가 제대로 성숙한 사랑의 관계를 가지지 못해 문제였듯이 아이도 자기중심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처지에 놓이게 합니다. 에릭슨이 걱정하며 말했듯이 한 발자국도 진전할 수 없는 ‘멈춤’(stagnation)과 관계의 ‘고갈’(impoverishment)을 불러옵니다. 온통 불안해서 미신에 매달리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에 노예가 됩니다.

 

 

  처음부터 이제까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알아야 하는 남다른 자기 아이를 생판 모르는 다른 사람들 판단에 맡기려 합니다. 솔로몬의 재판에 아이의 운명을 맡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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