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사, 좋은 부모, 좋은 어른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7강
프로젝트

연애해서 결혼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연애할 때 하던 짓을 결혼하고는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혼하더니 얼굴이 바뀌었다고 서로 말합니다. 구름 위에 떠서 연애하고, 땅에 발을 딛고 결혼생활을 하니까요. 그런데 서로 관심을 끄지 않고, 재미를 잃지 않고 살려면 구름 위에 떠있는 상태와 땅에 발을 딛고 사는 것이 겹쳐있고, 구름 위와 땅을 번갈아가며, 동시에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맨 정신으로 삭막한 ‘현실’에만 사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고 살아야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꿈이 없는 삶이란 건강할 수 없습니다. “낮은 곳”에 몸을 싣고 살아도 “높은 곳”을 저버리지 않고 알고 사는 삶이 제대로 우리를 사람답게 살게 합니다.

 

학령기에 이르렀다고 아이들이 놀이시기를 졸업하고 완전히 차단하는 게 아닙니다. 놀이와 공부가 함께 공존합니다. 연애와 결혼이 공존해야 하듯이 말입니다. 그러기에 좋은 선생은 놀이와 공부를 엇바꾸며 흥미를 불러오고, 공부하고 싶은 동기에 열정을 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가는 길을 즐기는 마음으로 게임과 일에 임하게 아이들을 이끌 줄 아는 사람입니다. 어떤 일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자세를 길러,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소중한 것임을 마음에 배어들도록 원칙에 맞게, 세심하고, 정확하고, 적절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놀이와 배움의 자세를 갖추게 합니다.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듯 일(공부)의 완성을 보람차고 즐겁게 느끼도록 돕습니다. 그러려면 교사 자신이 일관성있게 건강해야 하고, 각박하지 않고 유연하며 아이들과 부모에게 신임받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좋은 교사를 알아보고 협력하는 부모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 시간을 아이들과 조화롭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가 아이의 숨은 재능을 찾아 불을 붙여주기를 기대하지만, 부모도 아이를 파악하고 교사와 협력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학습의 단계를 거치면서 완성의 맛을 본 아이들은 다음 단계도, 또 그다음도 기꺼이 지속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관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다음 단계도 공부(일)를 완성하려는 의지를 늦추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단계에선가 전학을 갔다던가, 아파서 결석했다던가 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면, 제대로 말끔하게 확실하게 알지 못한 채 그 단계를 어정쩡 넘겨버려야 해서 스스로 미비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부적절함의 느낌과 열등감을 싹트게 합니다.

 

아이를 보살피는 좋은 어른은 아이가 느끼는 이 차질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왜냐 하면 아이가 그 단계를 지나 그 다음으로는 잘 해나가고 있다고 여겨 어른들은 안심하고 있어도 아이는 그 해결되지 않은 경험이 늘 마음 밑바닥에 깔려있어서 스스로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의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언젠가 한두 번 잘 못 알고 넘어간 것이 평생 머리를 떠나지 않고 주저하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또 안 될 거야. 난 안 돼”라고 귓속말로 자기에게 속삭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지만 자기 머릿속에서는 끊이지 않고 들립니다. 남들은 “저 사람은 곧 잘하면서 왜 저럴까?” 하며 이상하다는 듯 지켜보는데도, 스스로는 자기 자신을 그렇게 밖에 못 느끼고, 제 살을 깎아내듯 마음에 고통을 겪으며 살게 합니다.

 

 

“하면 된다!” 라든가 “나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삶의 어떤 과정도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습니다. 어떤 과정의 흔적도 그냥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좋은 어른’은 아이의 배움의 과정을 소중하게 봐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그냥 넘겨 버리고도 “이제 다 지났으니, 아, 다행이다!” 하며 마음놓아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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