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만들고 지키기" 에릭슨 발단단계, 독자성 시기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9강
프로젝트

문은희 소장님과 함께 합니다.

*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 '줌'으로 진행합니다. 

 

어제 점심밥을 맛있게 먹고 윤미 이모가 탐스런 딸기를 한 접시 내놓았습니다. 아주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동그랗게 담았습니다. 어린이집 대신 알트루사에 오는 것으로 생일선물 삼은 동화가 상석에 앉아 딸기 써브를 받습니다.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먹기 좋을 거라는 내 제안을 받아들여 작은 것부터 이모들과 나눠먹었습니다. 동화가 남긴 밥을 먹느라고 선희님이 늦어져 큰 것 두 개가 동화 엄마, 선희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하나는 엄마가 먹었는데 나머지 제일 큰 것을 동화가 원해서 엄마가 양보했습니다. 먹기 좋게 작게 잘라주었습니다. 그런 참에 츄잉 껌이 마지막 코스로 나왔습니다. 딸기를 먹으려던 동화가 딸기접시를 밀어내고 껌을 먹겠답니다. 껌은 삼키는 것이 아님을 이미 잘 아는 세 살 동화입니다. 삼켜야 하는 딸기를 껌보다 나중에 먹을 수 없음을 압니다. 껌을 지켜주기로 하니 딸기를 안심하고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씹다가 입에서 꺼낸 껌을 ‘놀이 흙’을 가지고 놀듯이 손바닥에 굴려 동그랗게 하고, 다시 입에 넣고 씹는 짓을 반복합니다. 아이는 재미있어합니다.

그런데 이 재미를 허용할 수 없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터져나오는 순서가 따랐습니다. “손에 묻은 벌레가 뱃속에 들어가 배가 아파진다”고 합니다. 아마 청결강박증에 걸린 엄마였으면 아이 손을 데톨로 빡빡 씻어주겠지요. (그래도 98% 균을 없애고 나머지 2%의 균으로도 배가 아플 수 있습니다.) 아니면 손바닥을 찰싹 때려 아이를 울렸을까요? “껌은 단물이 빠지도록 계속 씹기만 하는 것”이라는 규칙을 얼마나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지, 또 그 규칙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인지 아이는 배우게 됩니다.

어른들이 얼마나 청결 규칙에 매여있는지 그 정도에 따라 아이를 달리 대하게 됩니다. 이 정도는 청결만이 아니라 질서, 시간 지키기 같은 공동생활에 필요한 태도를 길러줍니다. 아이의 이런 재미와 어른의 요구 사이의 격차를 어른이 얼마나 안정감 있게 다루는가에 따라서 아이의 규칙에 대한 태도를 만듭니다. 스스로 그 의미를 알고 규칙을 지키던가, 아니면 규칙에 얽매여 살던가,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으로 살게 되던가, 뒤에 가서 몰래 재미를 찾아 하고 싶은 짓을 하는 사람이 됩니다. 아이가 독자성을 인정받는 ‘권리’를 누리고, 질서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수행하는 원시적인 첫 흔적이 비롯되는 중요한 대목에 이른 것입니다.

아이는 자기 요구가 무시당하지 않고, 어른들에게 존중받으면서, 자라서 아이 스스로 질서를 지키려는 의사를 달갑게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욕구불만으로 소리 지르는 아이의 입을 무지막지하게 틀어막아서 될 일이 아닙니다. 어른들이 자기들의 기준과 판단에 사로잡혀 일방으로 “어른 말은 토 달지 말고 무조건 잘 들어야 한다”고 강요하여서는 아이는 독자성을 갖출 수 없고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규칙은 깨는 것이 멋진 일이라도 되는 듯이 여기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매일 터지는 끔찍한 사건사고들은 규칙을 지키지 않은 허술한 처사에 원인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안전하게 살기 원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안전하게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도 감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규칙을 지키는 사람으로 자라야 합니다.

아이의 욕구를 알아보는 어른들의 여유있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어른들이 처한 상황이 영향을 미치게도 됩니다. 부부 사이의 문제가 심각하면 마음의 틈을 전혀 마련해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힘든 고부관계에 몰두해서 아이를 뒤로 제쳐두고 미처 볼 수 없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같은 어려운 경제 상황이 우선순위를 놓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통에도 강제 수용소에서도 마음을 알아주는 정신건강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정신없이 산다”는 말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씨조선 말기 같이 강대국 눈치 보는 상황에서 허겁지겁 판단하는 독자성 상실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작 시간

시작 일시
2020-10-07 - 시간 : 10:30

종료시간

종료 일시
2020-10-07 - 시간 :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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