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알아주며 살기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7강
프로젝트

지난 주일, 섣달그믐에 태어난 은유 동생 고유가 한 달 하루 된 날, 우리 교회 사람들이 춘천 윤재오님 집에 예배드리러 갔습니다. 은유와 요란하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은유와 전혀 다른 고유를 신비롭고 조용히 만나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김밥, 만두, 샐러드, 피자로 푸짐하게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내 곁에 은유가 앉아있었는데 나중에 한 사람씩 자리를 옮겨 그 옆으로 동화가 앉았습니다. 먹다 보니 은유의 접시가 없다는 걸 알았고, 동화가 은유의 접시 앞에 앉게 되었기에 동화가 그 접시를 쓰고 있었던 걸 알고 바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동화가 은유에게 “네 접시에 것을 먹어 미안해” 하면서 만두를 하나 줍니다. 동화를 아는 어른들은 동화가 한 성미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 아이가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도 어른들이 들어주지 않으면 큰 소리를 내고 그 소리만 듣고 가진 인상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다소곳한 목소리로 “미안해” 하는지 감동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고, 그날 들은 설교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4시 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은유와 또 요란하게 작별하고, 고유와 조용히 인사 나누고 기차에 올랐습니다. 몇 사람은 청량리에서 내리고 나머지는 종점인 용산역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동화가 청량리역에 내리는 팀에 속해있었습니다. 자기는 내릴 준비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내리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 아이는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내려야 한다고 말하다가 급하니까 큰 소리로 “내려야 한다니까!” 합니다. 다른 사람을 아끼고 보살피는 그 아이의 마음에 또 다시 감격했습니다. 이제 세 살 먹은 아이가 이렇게 아이와 어른들을 포함한 이웃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적극으로 이 마음을 전하려는 자세를 봅니다.

독자성이 생기는 때에서 놀이시기로 넘어가는 아이들의 특징입니다. 자기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도 자기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알아 행동하는 것이 장래 건강한 사회생활의 기본입니다. 배설물을 몸 안에 간직하고 느끼는 긴장된 쾌감과, 내보내는 시원한 쾌감을 알고 어느 편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인가를 미루어보기도 합니다. 자기 것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는 구두쇠, 깍쟁이가 될 것인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될 것인가의 갈림길입니다. 앞의 경우, 억제하고 파괴적이고 냉정한 사람으로 살게 될 수 있다면, 뒤의 경우는, 너그럽고 여유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새해 맞아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벌써 단 하루 만에 만난 두 사람에게서 이런 문제를 봅니다. 어디 그 두 사람만이겠습니까? 정신건강연구소에서 어머니연구를 하면서 우리 모두 느끼는 겁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고 부부로 살면서도 서로를 그 사람 그대로 보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을 주장하고 고집합니다. 많은 니들이 남편이 자기중심으로 무관심하고 집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아내인 자기 혼자 다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시당하고 있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그 남편은 어떻게 느낄까요?

또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엄마를 생각해주지 않는다고 한탄 합니다. 어머니 위주로 생각하는 자기 생각의 틀로 아이가 생각해주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아이들의 이해를 받지 못한다고 여깁니다. 입속의 혀같이 움직여주기 바랍니다. (허기야 혀도 깨물 때가 있는데 말입니다.) 친구, 이웃, 동료들과 사이에도 자기 구미에 맞지 않는 반응을 볼 때면 그들이 자기에게 왜 그렇게 느낄까를 알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세 살짜리 동화만도 못한 겁니다. 그냥 자기만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러고는 “흥!” 하며 외면하고 떠납니다. 결국 외톨이가 삽니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견디기 힘들 때 견뎌내는 것이 건강한 증표입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함께 아우를 수 있게 되면 그 때 떠났던 이웃이 돌아옵니다. 그런 이웃을 우리는 고맙게 받아 품습니다. 그리고 함께 살 줄 알게 되는 겁니다.

세 살 동화에게 배웁니다. 우리도 한 때 세 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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