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아이를 알아볼 줄 아는 부모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4강
프로젝트

어쩌다 있는 일이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지만 갓난아기가 바뀐 이야기를 어쩌다 듣기는 합니다. 의도해서 바꿔치기 하는 경우야 막장 방송극에나 나올 법하니 우리 대부분 자기 아이를 안전하게 안심하고 품에 안을 수 있습니다. 은유가 아빠 빼 닮아 은유 부모는 확인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아무리 요리조리 뜯어봐도 아기가 엄마 아빠를 닮지 않았으면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까지 내력을 거슬러 올라 추적해보기도 합니다. 자기의 유전자(피)를 이어받은 후손임을 믿고 싶은 겁니다.

그러고는 아이 하나 길러내는 데 비용이 얼마 든다고 어마어마한 액수를 계산해내고는 혀를 두르며 아이들에게 투자한 금액의 무계로 압력을 줍니다. 그 뿐입니까 아이 때문에 밤잠 설친 것, 놓친 영화, 아픈 손목, 굵어진 팔뚝, 빠지게 된 교회 예배 시간까지, 한 서린 장부의 목록이 길어집니다. 그리곤 아이가 그럼직한 어떤 인물이 되어 자기가 ‘장한 어머니’(‘훌륭한 아버지’)로 불리우게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합니다. (엉뚱하게도 이 지점에서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시고 나서도 사람에게 그 같은 마음을 품으셨을까 궁금합니다.)

유전자 검사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자기 아이임이 분명한 아이를 믿지 않는 부모를 종종 만납니다. 이런 부모는 아이를 믿지 않고, 아이는 부모가 믿어주지 않으니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부모에게 들어 내지 못합니다. 상담실에 찾아온 어머니는 딸을 거짓말쟁이라고 합니다. “거짓말 하는 걸 보니 머리는 나쁘지 않나 보다”라고 합니다. 왜 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지 답답합니다. 사람의 종(種)이니 고양이나 개, 기린의 종(種)과는 달라 다른 특성에 맞게 알고 양육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기린이 이제까지 기록을 깨고 제일 새끼를 많이 낳았다고 뉴스에서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비틀거리면서도 그 가늘고 긴 다리로 서서 엄마 기린을 따라 다니는 모양이 귀여워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종(種)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린에게 열등감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다음 달이면 돌을 맞을 은유가 아직 걷지 못한다고 은유 부모가 근심하지 않습니다. 사람 종인 은유를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 부모들이 자기 아이가 사람이라는 종으로 기린의 종과 다른 것을 알면서 적절하게 기르면서, 아이의 보이지 않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보지 못해 문제가 생깁니다. 맏이가 둘째와도 다르고 옆집 아이와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보는 마음의 눈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이가 왜 부모가 원하는 대로 배우고, 깨닫고, 행동으로 옮기지 안(못) 하는지 모르는 부모는 답답해합니다. 그러면서 부모의 요구가 부당한 것임도 모릅니다.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할 체중으로 태어난 아기더러 4Kg 넘게 태어난 아기같이 클 것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듯이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몸무게나 키 같은 것은 그래도 알아보기 쉽습니다.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알아보고 믿어주는 것이 부모가 갖추어야 할 조건입니다. 부모가 자라고 살아온 기준으로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부모는 아이를 아프게 하고, 솔직하고 정직하게 자기를 알아달라고 표현하지 못하게 아이를 만듭니다. 적절하게 아이를 도와주지는 않고, 부모 자신들과 달리 하는 것을 ‘잘못한 것’이라고만 여기고 아이를 무시하고 혼내기만 합니다. 바깥 세상에 나가 누구나 순조롭게 열매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고 힘들 때 돌아와 이해에 터한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는 부모의 품이 아니라 여기니, 믿어주지 않는 그 부모에게 아픔을 드러낼낼 수가 없습니다.

아이 때문에 속상해 몸까지 아프다는 엄마에게 그 아이는 엄마보다 더 아프다고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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