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사춘기를 주름잡는 가족과 사회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3강
프로젝트

사춘기를 맞아 힘겹게 그때를 거쳐가는 우리네 아이들을 보며 마음 아파합니다. 우리가 매일 살고 있는 집을 까마득이 높게 지어놓고 살기 좋다면서 몸 편히 살고 있습니다. 도시는 더 말할 것 없지만 산이 많은 우리 땅 어느 곳에 가든지 그 좋은 경관을 가로막는 높은 아파트들이 우리 눈과 마음을 네모꼴로 만듭니다. 나도 12층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서 아는 것인데 내려다보기 너무 어지러워 창밖을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아이들이 그 높이에서 뛰어내릴 마음을 먹고 실천하다니! 한 아이라도 끔찍한데,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니 더욱 끔찍합니다. 극한 운동을 하는 선수가 39Km 상공에서 뛰어내려 4분 30초 만에 땅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보호장비를 다 갖추고 한 운동이었습니다.

우리네 아이들은 이제까지의 기록을 깨고 즐기기 위한 운동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얼마 되지 않은 삶을 마감하기 위해서 온 몸과 마음을 다 던져 자신의 마지막을 걸고 뛰어내리고 있습니다. 그 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고,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누구의 손도 잡을 수 없고, 아무도 그 아이들을 알아주고 보듬어주지 않았다고 배알을 다 쏟아내듯 절규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죽은 아이를 부둥켜안고 애절하게 통곡하는 가족들도 떨어지려 할 수밖에 없는 아이의 마음을 죽기 전에는 몰라주고 있었던 겁니다. 그 아이와 피를 나눈 가족만일까요? 아니, 나와 우리 모두 같이 통곡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는, 절대로, 이해받지 못하여 외로운 아이를 더 만들지 말아야 하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사춘기는 집안의 영향보다 바깥의 영향이 커지려는 때입니다. 또래의 풍조가 크게 압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집안에서 가족들과 건강한 관계를 이미 맺고 있어야 바깥의 압박도 견뎌낼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바깥의 세계가 언제나 따스하고 우호(友好)의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버티고 조절하면서 서로 협조하는 관계를 만들며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열쇠입니다. 이런 힘을 우리는 자아의 힘(ego strength)라고 합니다. 조건이 붙지 않는 사랑으로 인정받고, 또 자기도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사랑으로 조건없이 인정하는 거침없는 자신감이 우선 있어야 합니다. 그건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아이를 기르는 부모와 아이가 같이 협력해서 만들어온 조건없는 사랑의 관계에서 자라납니다.

사사로운 가정에서 아이를 길러내는 것만으로 바깥세상에서 아이의 자아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건강한 자아의 힘이 있는 아이가 허술하게 자라서 자아가 약한 아이보다 험한 바깥세상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어른의 보살핌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러기에 바깥세상의 문제를 어른들이 해결을 도우려 해야 합니다. 부모가 모든 문제를 대신 풀어줄 수는 없지만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푸는데 한편이 되어 힘쓰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고 있다면 자기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됩니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다양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깥세상에서 볼 수 있다면 아이는 자신만의 길을 걷는 자유를 맛볼 희망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삶을 규격화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면서 아이들의 희망의 싹을 무자비하게 꺽고 있습니다. 부모도 덩달아 그런 세상과 맞장구치는 격이면 아이는 도움을 청할 엄두를 못내고 외롭게 힘을 잃고 맙니다. 편견없이 아이를 보는 눈, 귀 그리고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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