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부모 될 각오를 했나요?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1강
프로젝트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때문에 만나게 된 많은 여성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간절히 품고 있으면서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까 봐 걱정인 것이 그 하나입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아이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반성을 하는데, 아프지 않게 하고 싶은 소망과 달리 자꾸 아이를 아프게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마음 아파합니다. 이런 엄마는 이미 좋은 엄마이고 또 좋은 엄마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를 아프게 하고 있으면서도 아프게 하는 줄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다른 한 공통점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로 해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기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그려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선생님 우리 집에 와서 쓰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를 아프게 하신 어머니는 아이 적 아픔을 말하면 그런 적이 없다고 하신답니다. 그리고는 이제 수십 년 전 있었던 다 지난 일을 잊지 않고 들춰낸다고 몹쓸 사람취급 한답니다. 어머니가 낳아주시고 길러주셨는데 이렇게 원망해서는 안 될 것 같고, 패륜이라고까지 생각하며 마음껏 기억해내고 표현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릴 적 아픔이 아직도 살아있으면서 다시 자기 아이들에게 아픔을 주고 있어서 당황스러워 합니다.

나이가 차고 몸이 성숙해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는 것이 그냥 순조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에서 부모가 되려 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누구에게 소개받아 결혼했거나 연애해서 결혼했거나 모두 자신의 결단을 거쳐서 했을 것입니다. 억지로 끌려가서 결혼한 경우는 요즘 보기 드물 것입니다. 그리고 남녀가 아이를 갖기로 합의했을 것입니다. 청년기에 이룩한 덕목인 밀접한 관계에서 성으로 밀접한 관계를 만족하면서 두 사람이 마음과 힘을 다 해, 공동으로 생명을 생산해내는 (generativity) 소망, 바로 자녀를 가지고 싶은 소망이 생긴다고 합니다. 다음 세대에 대한 소망과 다음 세대를 양육하고 보살피려 하는 관심을 가진다는 겁니다. 자신의 안위와 이해관계를 벗어나서 다음 세대를 책임지고 이룩하고 이끌어가려는 이타적인 관심을 말합니다.

우리의 현실을 돌아봅시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요즘의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전 세대 부모들은 심히 걱정합니다. 늙어서 혼자 살며 외롭지 않을까 노심초사입니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노후에 오순도순 외롭지 않게 살고, 죽을 때까지 보살핌 받을 보장을 기대합니다. 결혼과 부모 됨의 목표가 이기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효도받기 위해 생명을 생산해내는 것이 되고 있습니다. 앞 세대 (부모 세대)의 기준과 욕구로 다음 세대 (자녀 세대)를 생산해내면 이는 도구화된 생산 (productivity)을 하는 것뿐입니다. 다음 세대로 수레바퀴가 굴러 자연스레 넘어가고, 그리고 또 그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흐름이 앞 세대에서 제동을 거는 꼴이 됩니다.

어머니 세대에 걸려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부모님은 그들 삶의 몫이 있는 것이니 존중하는 마음으로 떨어져나가라고 합니다. 부모를 외면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를 유기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가 다음 세대를 이룩하고 돌보는 것이 책임이듯이 다음 세대도 또 그 다음 세대를 이루고 돌보는 것이 각 세대가 짊어질 삶의 각각의 몫입니다. 상담실에서 만난 젊은 엄마가 70대 노인인 상담자에게 이 같은 말을 들으니 자기들끼리 하는 말과는 같은 말이라도 경청하고 음미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부모의 각오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