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보다 일을 택하는 때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6강
프로젝트

지난 주말에 남편이 스마트폰을 샀습니다. 이번 주간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 한국학 연구소 초청으로 발표하러 며칠 다녀올 참인데 오랜만에 지도교수도 만나 사진도 찍고 연락도 하려고 급히 산 겁니다. 최신형이라 수많은 용도가 있어도 노인네가 얼마나 쓸 것인가 의심스러워 늘 반대하는 자리에 섰었지만 손가락도 굵고 어정쩡하게 굼뜬 노인네이고 보니 화면이 큰 옵티모 뷰라는 것을 택하게 했습니다. 전화비가 보통 것보다 만원이 비싸다고 망설이기에 그 만원은 내가 대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오자마자 잘 되지 않는 겁니다. 다음날 교회에 가서 지난 주간 지낸 이야기를 하는데 그냥 지나치려 해서 내가 일렀습니다. 전날 밤 콘칩스 먹다가 이가 부서진 일과 스마트폰을 드디어 산 일 말입니다. 둘러앉은 교인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짐작해보세요. 한 사람씩 만져보게 한다고 돌려보기도 했고 재치 있는 예일은 자기 번호를 입력해넣기도 했습니다. 예배와 대화가 다 끝나고 칼국수집에서 저녁도 때우고 커피 숍에서 남편은 초등학생 호근이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른과 아이의 입장이 바뀌는 경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몰라서 묻는 노인과 척척 가르쳐주는 아이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호근이는 이미 오랫동안 첨단의 기계를 가지고 놀면서 자란 아이입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놀이시기에 사금파리, 돌맹이, 고무줄 같은 것을 가지고 놀아온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학교에 가기 전 놀이시기에 상상의 세계에서 무엇을 가지고 놀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놀이시기를 벗어나 학령기에 이르면 상상으로 즐기는 자기만의 세계보다 유용한 것이 관심을 가집니다. 어른이 되기 전에 쓸모있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게 됩니다. 내 남편 박 선생은 쓸모를 위해서 전화기를 산 것인데 그에 해당되는 놀이도구를 가지고 마음껏 놀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처지에 빠진 겁니다. 호근이가 할아버지에게 가르쳐주면서 뿌듯한 얼굴이 됩니다. “할아버지께 가르쳐주니 재미있지?” 물었더니 그렇답니다.

놀이시기를 잘 지내고 학령기를 맞은 아이들은 그냥 재미있게 혼자 상상하며 놀기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하고 있는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땀 흘리고 열심히 집중합니다. 완성의 기쁨을 느낍니다. 손으로 하는 일만이 아니라 온 몸을 다해 하는 운동, 동무들과 같이 하는 활동 모두 규칙을 지키며 잘 해내려 합니다. 놀이시기에 마음 놓고 자기 세계를 즐겼다면 이제는 이렇게 해내는 근면과 참을성을 기르게 됩니다.

주원이가 온 힘을 다해 태권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그냥 적당히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겁니다. 숙제를 열심히 해냈다는 어린 시절의 한인숙님의 모습도 귀엽지 않습니까? 열심히 잘 하려 하는 심성을 알아주는 선생과 부모가 아이들을 격려하면 아이들은 잘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른으로 사는 데 필요한 모든 면으로 실행되어야 합니다. 공부만 잘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운동만 잘 해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좋은 시민, 건강한 사람으로 크도록 학령기 아이들을 잘 돌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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