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의 삶을 위해 골고루 갖추어야 하는 때
우리나라 여성의 삶 - 에릭슨발단단계를 따라
5강
프로젝트

아무런 부담 없이 마음껏 놀고, 한껏 몸과 마음의 세계를 부풀리고, 생생하게 채색하고, 흥미로운 맛을 느끼는 ‘놀이 시기’ 다음에 학교에서 맞는 훈련기는 아이들에게 그만큼 어려운 때가 될 수 있습니다. 길어진 학령기 탓에 아이들은 여러 면으로 익혀야 할 것이 많습니다. 50이 넘어서 마지막 학위를 한 사람으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70을 훌쩍 넘긴 지금 나이에도 아직도 새삼 깨닫는 것이 많으니 학령기는 정말 끝이 없나 봅니다.

받아들인 정보를 잘 재생하고 (암기하고) 써먹는 (답안지에 베끼는) 것만으로 머리 좋은 것을 재서 사람 골라내는 오늘의 방식으로는 온전한 삶을 위한 숙련(mastery)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자기 삶의 색채를 마음먹은 대로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온갖 영역에서 갖추어져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데 우리네 어른들은 그에 대한 관심이 도통 없는 것 같아 보여 답답합니다. 지능지수가 높다는 것만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난 기인 평생을 자동으로 기쁘고 보람되게 살아갈 채비가 갖추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섯 살에 천자문을 외우고 신동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가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형제자매가 누리지 못한 특별대우를 받았습니다. 높은 IQ 만으로 뭐든 충분히 다 한다고 여겼을 것이고 우애는 뒷전이 됩니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도 없지만 그런 경험도 없이 자랍니다. 일류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너끈히 들어갔으니 그 부모님은 자식농사 성공했다고 자랑했을 겁니다.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샀을 겁니다. 시험답안과 성적표에 올라온 숫자만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보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도 맡은 일만 효율성 있게 해내면 됩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다른은 사람들과 지내야 하는 관계의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뒷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온 이들도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출장 가서 고급 호텔에 묵어도 감옥 같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다른 길을 찾습니다. 잘 하는 것이 공부뿐이니 다른 전공을 뒤늦게 택해봅니다. 공부는 잘 해서 다른 직업도 쉽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디도 사람 관계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지능은 필요한 다른 자세와 상관관계가 별로 높지 않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는 특성과는 겨우 0.3의 상관관계가 있답니다. (이제 머리만 좋은 사람이 왜 고집 센지 알겠지요.) 양심이나 호기심, 그리고 근면성과는 아예 상관관계가 없다는 군요.

우리에게는 시계와 같은 정확성뿐 아니라 구름과 같은 불규칙성, 역동성, 그리고 특이함이 있어야 합니다. 구름이란 순간마다 그 모양과 색깔이 바뀌고 움직입니다.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 시계의 숫자로 표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그러기에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교육은 아이들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아이들의 삶을 준비하는 때에 수량화할 수 있는 지능으로 다루는 면만을 가르치는 것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손가락 사이로 흘려버리고 있는 삶의 영역이 무엇인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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