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더없이 소중한 나의 한 걸음
프로젝트

2022.5. 소식지(248호)

<정신건강연구소>

2022년 4월 1일 어머니 연구모임 후기


더없이 소중한 나의 한 걸음  
                                                   

최미리

 

오랜만에 어머니 연구모임에 용기를 내어 참여했다. 화상모임에서 문은희 선생님과 여러 모람들 얼굴을 보니 정말 반가웠다.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작년 10월부터 다시 시작한 정신건강연구소 모임에 참여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어머니 연구를 피했다. 하지만 내 일상은 돌아가신 어머니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고, 그로 인해 여전히 힘들고 괴로웠다. 내 어머니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한 나의 삶은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날 모임에서 각자 지금 자기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과거 자신의 모습에 견주어 지금까지 경험한 변화와 그 요인에 대해 그동안의 작업을 정리하자는 선생님의 제안이 있었다. 이전부터 해온 사람은 그 사람대로, 새로 시작한 사람은 그 나름으로, 어머니 연구를 통해 자신에게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연구자들이 어머니에게 어떻게 반응하게 되었는가를 정리하자는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각자 진행 중인 연구 내용을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어떻게 정리해 나갈지 서로 고민했다. 문 선생님이 함께할 수 있도록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해 나갈지 방향을 제시해줬다. 

 

무엇보다 친정어머니를 이해하면 시어머니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였다. 때마침 시어머니를 피하는 이유가 내 어머니 관계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불안, 걱정, 과한 표현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 식대로 해석하며 자라왔다. 그 경험이 나에게 차곡차곡 쌓여 공포, 두려움, 불안, 걱정을 하며 어머니처럼 지내왔다. 나 자신을 어머니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견디기 어려워 오랜 시간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 채로 좋은 것들만 보려고 했다.  과거 알트루사 모임에 참여했다고 해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피해 왔으니 참여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내가 어머니 연구를 피했던 이유를 인정하고 나니 비로소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오랜 시간 걸려 내딛는 한걸음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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