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단 엄마의 삶
프로젝트

소식지 2022년 7,8월호(250호)

<정신건강연구소>

6월 3일 어머니연구 모임 후기

 

날개를 단 엄마의 삶

이미경

 

엄마를 좀 더 알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어머니 연구를 시작했지만 갈수록 엄마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닫는다. 이제까지 내가 알았던 엄마의 모습에서 더이상 진전이 되지 않아 답답했다. 이날 모임에서도 모람들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김지은 님 어머니의 "네 아버지가 나보다 더 오래 사셔야지"란 말씀을 참석자 모두 각각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아버님에 대한 애정의 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그 반대로 어머님의 소심한 복수로, ‘나 없이 살아봐야 내가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될 거’라는 생각 외에도 다양한 반응을 보았다. 이렇듯 누군가의 말이나 생각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고 나서 알았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일부분일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본다. 내가 엄마를 알았다고 말한 것이 부끄러웠다.

 

불행한 어린 시절, 그리고 이어지는 막막한 결혼생활로 온통 힘든 것으로만 가득 차 보였던 엄마의 삶이었다. 그러나 어려움 못지 않게 행복한 시간과 값진 시간도 함께 있었고, 애쓰며 일궈온 귀한 삶의 주인공으로 충분히 멋진 삶을 살아오셨을 것이다. 나의 편협한 잣대나 틀로 엄마의 삶을 보려고 했으니 얼마나 오류가 많았을까. 어머니 연구를 하면서 시간이 가도 진전이 안 된 이유를 어렴풋이 느꼈다.

 

많은 관계 속에서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며 그때마다 결정을 내리면서 삶을 꾸려나갔을 엄마를 나의 좁은 눈으로만 보고 판단해 단정 지었으니 그 이상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엄마와 아버지가 사랑했던 시절도 있었으며, 척박한 현실에서 서로 의지하며 삶의 동반자로 깊은 신뢰로 삶을 꾸렸고, 3남매를 키우느라 함께 애쓴 동지였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버지가 그립다는 엄마의 말을 흘려들었는데 그것이 엄마의 진심이었다.

 

엊그저께 엄마가 한 말이 다시 기억난다. 엄마가 아버지 병수발을 할 때,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일으켜 세우고 부축하는 그 모습이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 입장할 때 모습과 비슷하셨다고 느껴서 "미경 아버지, 우린 매일 여러 번 결혼식을 하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 아버지도 환하게 웃었다고 한다. 3년간 아버지를 간병하는 힘든 시간 속에서도 엄마 아버지에게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웃으면서 소통을 한 시간이 있었다. 앞으로 내가 알지 못했던 풍요로운 엄마의 삶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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