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념일은?
프로젝트

소식지 2022년 7,8월(250호)

<재미있는학교>

6월 11일 (청소년 아잘사 후기)

 

당신의 기념일은?

박희영

 

토요일 정오12시, ZOOM(화상회의)이 켜지면 격자창 크기가 줄어들고 여러 개로 늘어나면서 하나 둘 반가운 얼굴들이 화면에 나타난다. 얼마 전 결혼 15주년을 맞았던 내가 다른 모람은 결혼 몇 주기인지, 기념일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던졌다. 나는 기념일을 챙기고 이벤트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결혼 초기에는 남편이 나한테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난 후 더는 서운해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냥 넘기기는 아쉬워 이벤트를 좋아하는 내가 여러 방법으로 챙기고 기념한다. 

 

홍혜경 님은 벌써 결혼 29주년이 되었고 나와 강용민 님이 15주년으로 가장 짧았다. 그런데 부부가 모두 기념일을 잘 챙기는 집은 없는 듯했다. 보통 한 명이 잘 챙기면 다른 한 명은 좀 무심하거나 관심이 없었다. 아니면 챙기는 사람이 상대를 고려하기보다는 자기 기분대로 하니 받는 사람이 별로라고 하는 집도 있었다. 이제 아이들이 청소년쯤 되고 나니 부부가 챙기지 않으면 아이가 챙겨주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분위기에서 자라면 기념일에 대해 무덤덤하거나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서로 주고받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느낌을 알고 나면 조금씩 바뀌기도 하는데 그 변화가 좋단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집집마다 다른 분위기에 웃기도 했지만, 자기가 속한 조직 내에서 사람간의 관계와 활동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도 이야기했다. 모두가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모를 때는 조금 더 배려하면 좋겠고 내심 속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생기길 기대하는 마음도 있는데 직장에서 그런 사람 만나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에 다들 공감하기도 하고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계속 해나가기로 한다.

 

김지혜 님이 병원에서 피아노를 보고, 환우들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자원봉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지지와 응원을 열심히 보냈다. 그리고 자기가 했거나 하고 싶은 자원봉사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면서 상처 속에서도 우리가 마음 여는 것을 포기하지 않음을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