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생산적으로 풀어볼 용기
프로젝트

소식지 2022.10.(252호)

<정신건강 상담공부>

9월 7일 '용기 있는 삶'


갈등을 생산적으로 풀어볼 용기

김윤경

 

‘나답게’라는 삶의 모토가 대세다. 나답게 살아가려 하니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 제목처럼 나답게 살기 위한 조건을 담은 여러 형용사와 짝을 이뤄 ‘용기’ 가 여기저기 쓰이고 있다. 이번 주 모임 주제가 ‘용기 있는 삶’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사와 맥을 같이한다. 모임에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할 때의 유익함을 알기에, 시답잖은 에피소드일지라도 ‘용기 있는 삶’과 관련한 나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가볍게 툭 내놓았다. 소위 맥심(인스턴트 커피)보다 비싼 커피를 사 마신다며 핀잔주는 시가 어른들의 눈초리에 주눅 들지 않고 용기를 내어 취향을 존중해달라고 말씀드렸다는 내용이었다. 짧은 동선 안에 시부모님과 시가 쪽 친지 어른들이 여럿 모여 사는데 그들보다 어린 내가 일 대 다수로 대응하려면 나름의 용기를 가져야 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나의 가벼운 이야기를 뒤로 하고, 용기 있는 삶에 대한 여러 모람들의 의미 있는 경험들에 귀 기울였다. 남편이나 시가 어른들처럼, 가깝고 중요하면서도 요구와 기대가 큰 사람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 상황에 대한 묘사가 일단 내 얘기 같아 흥미롭게 들렸고, 갈등에 사로잡혔다가 용기를 동원해서 갈등을 풀어나가는 중에 애면글면하는 모습에서 공감대가 한층 커졌다. 한 모람의 경우는, 명절을 앞두고 시가 형제들 간에 음식 준비 분담에 차질이 생긴 상황을 맞았다. 혼자 떠안아야 할 몫이 커져 부담스럽다는 생각에 잠시 압도되어 며느리 역할에 대한 부당함, 원망으로 마음의 분란을 겪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상대와 교섭하며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알트루사에서 익힌 태도를 떠올리고는, 어떻게 이 마음의 갈등을 나답게 그리고 서로에게 유익이 되게 풀어나가고 싶은지를 떠올려 마음에 상영했다고 한다. 이러한 심상 작업 후, 누구와도 교섭하며 갈등을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모람의 생생하고 희망찬 목소리에 도전받는 하루였다. 

 

모임에 참석한 우리 대부분은 일상에서 사리 판단도 곧잘 하고 사회성도 무난해 보이는 보통 혹은 보통 이상의 어른들일 것이다. 그런데도 모임에서 공유한 각자 일상에서의 어려움을 들어보면 가족처럼 긴밀하고도 중요한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을 생산적으로 풀어본 경험이 적은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임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며 용기를 내어 나답게 갈등을 풀어가기 위한 상호교섭의 역량을 계속 실험 중이지 않나. 상생을 위한 이러한 실험의 효과성은 나 대신 갈등을 누가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기대에 의존하지 않을 용기와도 상관관계가 높다고 새겨들었다. 문선생님의 격려에 힘입어 갈등에 도망치지 않고 나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놀라운 협력을 이루려는 용기 있는 삶을 오늘도 실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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